오피니언 사설

내친김에 16강 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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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어젯밤 승리는 우리 모두의 것이었다. 역시 4800만 국민의 붉은 함성은 토고 부두교의 저주보다 강했다. 독일 현지에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그리고 각 가정에서 우리는 한목소리로 외쳤고, 코끝이 찡해 오는 감동을 다 함께 느꼈다. 이날 만큼은 우리 모두 온갖 시름과 스트레스를 잊었다. 우리는 다시 하나가 됐다.

이번 승리의 의미는 남다르다. 우선 그토록 기다리던 월드컵 본선 해외 경기 첫 승이라는 국민적 숙원이 드디어 해소됐다. 우리가 2002년 월드컵 4강의 감격을 누리긴 했지만 아무래도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엔 독일에서 보란듯이 역전승했다. 이젠 그 누구도 우리를 '안방 호랑이'로 부르지 못한다. 일본은 물론 이란까지 패배한 마당에 우리가 승리를 따낸 것도 대견스럽다. 우리가 아시아 축구의 자존심이요, 맹주란 사실이 다시 한 번 증명됐다.

토고의 패배도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사실 토고 감독이 며칠 전 보너스 문제로 사임했다 복귀하는 등 갈팡질팡할 때 우리 승리는 어느 정도 예상됐었다. 큰 일을 앞두고 적전분열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우리는 똑똑히 목격했다.

이번 승리의 가장 큰 의미는 우리의 저력을 재확인했다는 점이다. 국민이 힘을 합치면 뭐든 못해낼 일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갈등과 분열보다 화합과 하나됨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특히 정치인들은 명심하기 바란다.

자, 이제 시작이다. 밤잠을 설쳤더라도 오늘은 화끈하고 신명나게 일하자. 그리고 프랑스전과 스위스전 때 또다시 하나가 되자. 그래서 내친김에 16강을 넘어 8강, 4강으로 가자. 우리 선수들의 선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