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부터 리츠 투자 한도 폐지, 설립 완화 … 부동산 투자 물꼬 터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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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부동산 시장에 리츠(부동산투자회사) 바람이 거세게 불 전망이다. 정부가 현행 자본금의 30%로 한정된 리츠의 투자 한도를 폐지하고 자본금 100억원으로 설립 규정을 완화(현행 250억원)하는 등의 개정안을 내년 시행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 투자자들이 수익성과 안전성을 겸비한 부동산 상품에 투자할 기회가 크게 확대됐다.

우선 고수익을 원하는 부동산 투자자들의 투자 물꼬가 터졌다. 기존 리츠의 경우 임대형 빌딩 등에 투자해 연 8~10%의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투자제한 철폐로 리츠가 부동산 개발업 등의 사업에 뛰어들면 연 15% 이상의 고수익이 기대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한다.

코리츠 신동수 상무는 "부동산 개발사업은 고수익이 예상되지만 사실상 일반 투자자들은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였다"며 "이번 법 개정으로 리츠가 개발사업에 많이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일반 투자자들은 전문투자집단이 진행하는 투자사업에 간접적으로 참여해 고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리츠가 벌이는 개발사업은 이제까지는 오피스 빌딩을 매입해 임대수익을 올리는 게 고작이었으나 앞으로는 상가뿐 아니라 아파트 사업에도 손을 뻗칠 것으로 보인다. 투자상품도 다양해 질 전망이다. 맵스자산운용 신봉교 부동산투자본부장은 "그동안 법적인 제약 때문에 개발사업을 벌이지 못한 리츠가 많았다"며 "개발 리츠가 활성화되면 기대수익률이 높은 여러 가지 상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츠의 설립 규정 완화도 상품 다양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코람코 조갑주 투자본부장은 "리츠들이 우량 중소형 투자물건도 순발력 있게 투자해 상품화 할 수 있게 됐다"며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 위험은 있지만 고수익을 원하는 투자자 등 일반 투자자 개개인의 투자취향을 맞출 수 있는 다양한 투자상품이 속속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영세 시행사가 난립하고 있는 부동산 개발사업시장에도 변화가 일 조짐이다. 리츠가 개발사업에 적극 나서게 되면 개발사업시장의 체계성과 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리츠는 사업 진행 상황을 항목별로 공시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일반투자자들의 부동산 투자 패턴도 바뀔 전망이다. 건설교통부 이창희 사무관은 "그동안 부동산 개발회사와 건설사가 독점했던 개발이익을 다수의 일반 투자자가 나눠 가질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이에 따라 부동산 간접시장으로 시중 유동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순기능이 예상되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KTB자산운용 안홍빈 부동산본부장은 "가뜩이나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오피스 빌딩 등 투자 대상이 드문 상황에서 투자회사 간 매입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 빌딩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원금 손실 등 투자위험 증가도 예상된다. 다올부동산자산운용 이학구 마케팅 팀장은 "리츠가 개발사업에 뛰어들면 기대수익은 높아지는 대신 투자위험도 함께 늘어난다"며 "일부 상품의 경우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투자자들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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