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앞세운 영어교육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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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거리를 현수막으로 나부끼게 했던 선거철이 끝났다.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된 후보들은 이제 국민에게 약속한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성실하고 사심 없는 마음으로 일해야 할 것이다. 선거철만 되면 나부끼는 현수막과 포스터만 봐도 우리는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알 수 있다.

국민의 요구와 바람이 무엇인지를 꿰뚫어 한두 마디로 강하게 호소해야 하는 선거 포스터와 현수막의 특성 때문에 후보들은 정말 심사숙고를 거듭해 자신을 호소하는 문구를 만든다. 그래서 후보들이 내건 호소와 공약은 곧 시대의 요구이기도 하고 국민의 최대 관심사이기도 하다.

지난 지방선거기간에 필자는 우리나라 여러 지역에 다녀볼 기회가 있었다. 수도권은 물론 지방 도시들도 다녀왔는데 이번 선거 기간 중 한가지 눈여겨볼 대목은 단연 영어교육이라 할 수 있다. 각 후보들이 내건 포스터와 현수막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것이 바로 영어마을 건설이니 최고의 영어교육 실현이니 하는 내용이었다. 지역 주민을 위해 내건 주요 공약이 영어교육이었던 것이다. 물론 영어마을 건립이 몇몇 정치인들의 주요 치적이 되자 이를 무조건 따라 해보려는 후보들도 있었을 테지만 어쨌든 한가지 확실한 것은 영어교육이 이제는 선거철 주요 공약으로 나올 만큼 우리나라 국민에게 있어 최대의 관심사가 되었다는 것이다.

최고의 영어교육 환경과 영어마을을 만들겠다는 많은 현수막들을 보면서 영어학원을 운영해 온 사람으로서 만감이 교차했다. 영어교육을 사교육의 온상이니 하면서 온갖 규제를 들이대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던 정치권이 이제는 영어교육을 내세워 국민의 마음을 사려고 하는 것을 보면서 시대의 변화를 절감하기도 했다. 영어교육은 화려한 공약과 구호로 포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교육은 매일 매일의 열정과 헌신적 노력으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어교육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지금 많은 영어학원들이 화려한 공약과 선전문구를 쏟아내고 있다. 저마다 통합교육에 근거해 영어를 가르친다는 구호와 선전문구들이 매일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어린이 통합교육도 학원의 구호와 공약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 교재중심의 영어교육을 하면서 과목 중간 중간에 놀이와 미술, 체육시간 등을 배치하고 영어 통합교육을 한다고 주장하는 곳이 많다. 통합교육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통합교육이 중요하다고는 하는데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몰라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통합교육은 영어로 다양한 과목을 가르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즉 파닉스 과목 이외에 미술, 음악, 체육 등을 원어민 선생님과 함께 실시한다고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실생활 주제에 따른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각 과목이 연계된 거미줄 모형의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통합교육의 목적은 긍정적 자아발달과 학습성향을 키우는 데 있다. 또한, 집단에 대한 소속감과 공동체 의식 함양, 자발적이고 주도적인 놀이와 학습을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한 통합교육의 목적이다.

각 분야의 교육 전문가들과 원어민 교사들이 이러한 목적의식을 갖고 열정을 다해 만들어 가는 것이 영어 통합교육이어야 한다. 필연적으로 어린이 영어교육은 유아교육 분야와 영어교육 분야를 아우르는 장치와 시스템이 필요하다. 음악, 미술, 드라마, 체육 분야의 전문적 지식을 가진 인력도 필요하다. 영어로 통합교육을 하는 것은 그만큼 고도의 전문인력과 환경구성을 요하는 것이다.

천냥 빚도 갚게 한다는 말의 위력이 아이들 교육에는 통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행복한 영어교실은 말로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열정과 노력으로 가꿔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기엽 (워릭영어학원 대표원장)]

자료제공 = 워릭영어학원 www.worwick.com 031-782-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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