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유가 가파른 오름세|OPEC산 18불 돌파로「저유가」마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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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제원유가격이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OPEC 산 원유의 바스킷 평균가격이 27일 공시유가수준이자 OPEC 회원국의 목표가격인 18달러를 20개월만에 처음으로 넘어섰다.
작년 말 OPEC총회에서의 쿼타량(하루1천8백50만배럴) 합의 이후 유가가 상승하리라고는 예상했으나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빨리 OPEC의 목표치에 도달한 것이다.
최근의 유가동향을 보면 미국의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는 지난21일 87년7월 이후 20개월만에 세계 현물시장거래가격이 배럴당 20달러를 넘어섰으며 우리나라 주요수입 유종인 중동유는 두바이유가 27일 17달러50센트, 오만산이 17달러95센트에 거래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원유 도입가격(통관기준)은 88년12월 배럴당 10달러70센트에서 이 달 들어15달러30센트까지 치솟아 원유수입 부담액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88년 우리나라가 도입한 원유는 총2억6천1백만 배럴로 36억2천5백만달러 어치 였다. 평균도입가격은 배럴당 13달러89센트. 그러나 올해는 국제원유가격의 상승으로 부담액이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됐다.
정부는 올해 평균도입가격이 15달러50센트 정도로 오를 것을 전제, 수입물량 증가 분을 합쳐 원유도입부담이 작년보다 7억∼8억달러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국제원유 가격이 지금 추세로 상승할 경우 그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었지만 유가상승 요인이 단기간에 경쳐 도화선에 불을 붙인 셈이다.
세계석유 전문기관들은 2000년까지 유가가 배럴당 30달러이상 오를 것이라는 데는 의견이 대체로 일치하고 있으나 단기 전망에 대해서는 엇갈리는 상태다.
유가하락 요인으로서는 우선 석유회사들이 산유국의 공동보조에 대응, 유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원유재고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움직임을 들 수 있다.
또한 전후복구가 시급한 이란·이라크 등의 쿼타 위반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고 2·4 분기가 전통적으로 1년 중 약세를 보였다는 점도 유가하락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반면 최근 수년간 계속된 저유가 시대로 소비 국의 에너지절약시설 및 대체에너지 개발에 대한 투자가 적었으며 기름 값이 싸져 미국등 선진국의 승용차선호가 소형에서 대형차 쪽으로 바뀌고 있는 점, 가뭄으로 지중해연안국의 수력발전량이 감소한 것 등도 유가상승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앞으로 2∼3년 간은 유가가 계속 상승해도 국내유가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가 완충재원으로 적립해 온 석유사업기금이 88년 말 현재 4조4천억원에 이르고 있고 당장 활용 가능한 돈이 1조2천억원이나 돼 국제유가가 21달러까지 올라도 2년간은 국내 기름 값을 현 수준에서 유지한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또한 산유국들도 1, 2차 오일쇼크를 통해 급격한 유가 변화는 오히려 손해라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에 급 등락은 원치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최근의 국제유가 급등보다는 급격히 증가하는 소비추세에 있다.
세계석유소비 증가율은 선진국이 매년 1∼2%, 개발도상국이 3%수준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지난해 19·2%나돼 세계최고를 기록했다.
86년 이후 국내 기름 값이 45·9%나 내린 데다 소득수준은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 하나 문제는 원유도입에 따른 부담증가다.
10달러선의 저 유가시대는 사실상 끝났고 일부에서는 90년대의 제3차 오일쇼크까지 경고하고 있어 기름 한 방울 나지 않고 국제원유가격이 1달러만 올라도 연간 2억5천만 달러의 외화부담이 늘어나는 우리의 입장에서는「배고플 때」를 대비해 에너지절약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길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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