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쿵, 눈물 핑…" 닷새간 5세 아동 17명 학대한 女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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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 전북 완주군 한 유치원에서 여교사 이모(25)씨가 아이들의 머리를 쥐어박고 있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TV(CCTV) 영상 캡처. [사진 학부모]

지난달 초 전북 완주군 한 유치원에서 여교사 이모(25)씨가 아이들의 머리를 쥐어박고 있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TV(CCTV) 영상 캡처. [사진 학부모]

"선생님이 '쿵' 꿀밤 줬어. 눈물이 핑 돌 정도로 머리가 아팠어."

경찰, 아동학대 혐의 다음주 검찰 송치 #아동전문기관 "훈육 범위 넘었다" 결론 #여교사 "의도 없었지만, 내 잘못" 시인

지난달 전북 완주군 한 유치원에서 20대 여교사가 다섯 살배기 아이들을 학대한 사건은 그가 돌보던 한 아이가 부모에게 이렇게 얘기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애초 피해 아동은 4명으로 알려졌지만, 경찰 수사 결과 해당 교사가 맡았던 6세(만 5세) 반 아동 20명 중 17명이 그로부터 신체적 학대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완주경찰서는 29일 "아동학대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입건된 전 유치원 교사 이모(25·여)씨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다음 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달 1~5일 자신이 돌보던 유치원생 17명의 머리를 쥐어박거나 어깨와 손 등을 잡아당긴 혐의다.

경찰은 유치원 내 폐쇄회로TV(CCTV) 영상에서 20건, 피해 아동 진술에서 5건 등 모두 25건의 학대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피해 아동 진술이 오락가락하거나 CCTV 영상에 피해 상황이 없는 사실 일부는 '범죄 일람표(목록)'에서 뺄 방침이다.

지난달 초 전북 완주군 한 유치원에서 여교사 이모(25)씨가 남자아이의 머리를 쥐어박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TV(CCTV) 영상 캡처. [사진 학부모]

지난달 초 전북 완주군 한 유치원에서 여교사 이모(25)씨가 남자아이의 머리를 쥐어박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TV(CCTV) 영상 캡처. [사진 학부모]

경찰은 해당 기간 유치원 내 CCTV 40개에 담긴 영상을 분석했다. 하지만 그 전에 찍힌 CCTV 영상은 전부 삭제된 상태였다. 용량 문제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덮어 쓰는 방식이어서다.

경찰은 수사 초기 아동학대냐, 훈육이냐를 두고 고민이 깊었다고 한다. 이씨가 멱살을 잡거나 발로 차는 장면 등이 보는 각도나 앞뒤 CCTV 영상에 따라 오해의 소지가 있는 데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만큼 큰 상처를 입은 아동도 드물어서다.

하지만 피해 아동들을 면담한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이달 중순 "훈육 범위를 넘어섰다"는 의견을 경찰에 통보했다. 경찰은 이를 근거로 최종적으로 "신체적 학대 혐의가 인정된다"고 결론 냈다. 교수·변호사·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 그룹은 이씨 행위를 일일이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교수법이 틀렸다"고 봤다.

이씨도 경찰에서 "훈육 목적이었지만, 돌이켜 보니 훈육 방법이 잘못됐던 것 같다"고 시인했다. "학대할 의도는 없었지만, 반성한다"는 취지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유치원에서 2년 가까이 근무한 이씨는 사건이 불거지자 지난달 8일 해고됐다. 유치원 측은 "학대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했다. 완주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 관계자는 "유치원 원장에 대해서는 이씨 사건을 검찰에 넘긴 뒤 수사 결과를 전북도교육청에 통보해 행정 조치를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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