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조 뇌관 자영업대출·전세보증금, 관리도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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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빚과 관련해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는 건 자영업대출과 전세보증금이다.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이 혼재된 자영업대출의 경우 가계 대출 통계에 일부만 반영될 뿐이고, 사적 계약 형태인 전세보증금은 그 애매한 성격으로 인해 통계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

성격 불분명 … 정확한 통계 안 잡혀 #채무불이행 위험 큰데 과소평가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가계의 보편적 부채인 개인사업자 대출과 전세보증금의 경우 채무 불이행의 위험이 높은 대출인데도 가계부채에서 제외돼 있다. 이 때문에 금융 당국이 가계 부채의 위험을 축소 평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영업 대출은 이미 600조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영업 대출은 기업대출인 개인사업자 대출과 자영업자가 개인적으로 금융회사 등에서 빌린 가계대출이 합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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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 금융권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598조원으로 추산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 1~10월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액(22조3000억원)만 계산에 추가해도 600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전세보증금에 대한 통계는 더 불분명하다. 한국은행이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와 한국감정원의 지역별 전·월세 가격 정보를 바탕으로 시산한 수치에 따르면 3월 현재 전세보증금(보증부 월세 포함) 규모는 687조원으로 추산된다. 전세가구 보증금만 따로 떼서 보면 512조원에 이른다.

주택 가격 상승과 함께 전셋값 상승세도 가팔라지면서 전세자금 대출도 급증했다. 9월 말 현재 5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57조9530억원이다. 연내 6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전셋값이 단기간에 급격하게 하락하면 집주인이 전세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파급 영향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상당 부분 대출에 의존하는 전세보증금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전세보증금에서 대출이 차지하는 실제 비중은 알 수도 없는 실정”이라며 “부동산 가격 급등세가 진정되면서 역전세난 등으로 인한 ‘깡통 전세’ 위험성이 커지는 만큼, 전세보증금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분석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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