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선과 아집은 민주주의의 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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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6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제51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추념사를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안성식 기자

노무현 대통령은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한 사회 통합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독선과 아집, 배제와 타도는 민주주의의 적이자 역사 발전의 장애물"이라며 "우리 정치도 적과 동지의 문화가 아니라 대화와 타협, 경쟁의 문화로 바꾸어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시장에서 상품의 질, 서비스로 경쟁하듯 정치도 정책과 서비스로 경쟁하는 시대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충일 추념식의 연설이었지만 선거 결과와 무관치 않게 받아들여졌다. 여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하고, 한나라당이 정국 주도권을 쥔 시점에서 나온 발언이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향후 대야 관계 등의 정국운영 기조를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책 사안별로 당위성을 야당에 설득하고 타협점을 찾아내는 정책 사안별 연대를 모색하려는 메시지 같다"고 분석했다. 다음은 노 대통령의 주제별 연설 요지.

▶대화와 타협=상대의 권리를 존중하고 의견과 이해관계의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대화로 설득하고 양보로 타협할 줄 알아야 한다. 끝내 합의를 이룰 수 없는 경우라도 상대를 배제하거나 타도하려 해서는 안 된다. 이제 절대 반대, 결사 반대는 다시 생각해야 한다. 규칙에 따라 결론을 내고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

▶역사의 교훈=100년 전 망국의 치욕을 겪었다. 권력자들이 나라의 힘을 키우지 않고 편을 갈라 싸우다 당한 일이다. 해방이 됐으나 동서 대립의 국제질서가 주된 원인이 돼 나라가 갈라졌고 마침내 동족 간의 전쟁이라는 엄청난 불행을 당했다. 우리 민족이 하나로 단결해 대처했더라면 그 엄청난 불행만은 피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분열을 끝내고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해원(解寃)의 필요성=제도적 화해는 이뤘다 해도 마음으로부터의 진정한 화해와 통합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아직도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 이념적 색채를 씌우려는 풍토가 남아 있다. 억울하게 희생된 분들의 분노와 원한이 다 풀리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마저 극복해 나가자. 용서하고 화해해 하나가 되고 힘을 모아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 나가자.

최훈 기자 <choihoon@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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