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피해자 자녀, 마이크로닷 형제 과거 사진 공개하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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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닷 부모 사기 피해자 자녀 A씨가 마이크로닷의 형 산체스와 함께 찍은 어린 시절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마이크로닷 부모 사기 피해자 자녀 A씨가 마이크로닷의 형 산체스와 함께 찍은 어린 시절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일명 마이크로닷 부모 사기 사태에 사기 피해자 자녀들의 호소가 쏟아지고 있다. 부모 잘못에 대한 책임을 자식에게 지워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사기 피해 자녀들은 피해의 무거운 연좌제를 오랜 세월 강제로 질 수밖에 없다"는 반격도 거세다.

마이크로닷 부모 사기 피해자의 딸로 알려진 A씨는 22일 인터넷에 마이크로닷의 큰형과 둘째형 가수 산체스와 함께 찍은 어린시절 사진을 공개하면서 글을 썼다. A씨는 "(마이크로닷)사촌 형님이 '왜 앞길이 창창한 애 미래를 막냐'고 분통을 터트리셨다고 하더라"면서 "우리가 원하는 건 그 애가 외국에서 활동하건 말건 한국에서는 보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왜 우리가 계속 힘든 과거를 마주하게 하는 얼굴을 봐야 하나"라고 토로했다.

A씨는 또 "마이크로닷이 공식 사과문에서 '부모님 일을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고 말한 부분을 이해할 수 없다"며 두 형제가 지난 추석에 친척에게 한국에서 부모와 살면 안 되냐고 물은 적이 있다고 언급했다. A씨는 "친척분이 너희 부모님 제천 오면 진짜 칼 맞을 수 있다고 하셨다는데 왜 그런지 이유는 안물어봤냐. 이미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가수 마이크로닷. [연합뉴스]

가수 마이크로닷. [연합뉴스]

A씨는 '부모의 잘못을 자식에게 전가해선 안된다'는 댓글 때문에 아버지가 상처받고 화를 내 이번 글을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온라인에는 부모 사기 연좌제에 대한 장외전이 벌어지고 있다. 관련 기사에는 '자신도 부모 빚 보증의 피해자'라는 이들의 사연이 종종 '베스트 댓글'로 올라와 있다.

댓글 뿐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아버지가 빚보증을 섰다가 집안이 쑥대밭이 돼 아버지가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오셨다"며 "지금도 종종 저희가 잘 안된게 그 일 때문이라고 한탄하신다"는 사연이 넘친다.

이들은 "사기 가해자의 자식에게 연좌제를 지워서는 안된다고 하는데 피해자의 자식들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물려받는다"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마이크로닷이 피해자의 눈물로 유복한 성장과정을 거친 만큼 적어도 TV에 나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사진 MBC every1 캡처]

[사진 MBC every1 캡처]

인터넷 여론은 피해자의 호소 쪽으로 쏠리지만 현행법에 따르면 마이크로닷에게 법적 책임은 지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헌법 13조 3항에는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해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범인과 관계가 있다는 이유로 법적으로 연대책임을 지우는 ‘연좌제’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방송에 '19억원짜리'라고 소개된 마이크로닷의 집을 만일 부모가 사준 경우에도 압류는 어렵다. 범죄수익에서 유래한 재산을 몰수하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이 있지만, ‘사기’로 얻은 범죄수익은 조항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 21일 한 매체는 이 사건 사기 피해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마이크로닷을 찾아간 한 피해자의 이야기를 전했다. 피해자는 "어떤 피해자가 방송국으로 마이크로닷을 찾아갔더니 마이크로닷이 '아버지 빚을 왜 나한테 얘기하냐'고 했다더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피해자가) 할 말이 없는 거야. 그래서 이 사람이 그냥 내려왔다고 하더라. 아들한테 뭐 할 수는 없고, 아버지를 찾아가서 돈 달라고 해야 할 상황이니까…"라며 씁쓸해 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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