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라브 바시쉿
지난달 폴 볼커 미 연방준비제도(Fed) 전 의장(1979~1987년)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모든 방향에서 완전 엉망진창(hell of a mess)”이라고 토로했다. 2008년 세계 경제위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월가를 올바른 방향으로 바로잡았다고 자부하는 ‘볼커 룰’의 중요 규제조항이 느슨해지려는 기미를 보이자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볼커 얼라이언스’ 바시쉿 부회장 #투기성 거래 제한하는 ‘볼커 룰’ #트럼프 정부가 완화 시도하지만 #하원 장악한 민주당, 통과 막을 것
실제 제롬 파월 Fed 의장은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이다. Fed는 지난달 말 자산 규모 1000억~2500억 달러 규모의 은행에 대한 유동성 커버리지비율(LCR) 규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규제 완화 계획을 발표했다. LCR은 유동성 위기 시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현금이나 국채 등 고유동성 자산 보유 비율을 말한다. 초대형 은행에 대한 규제는 이전과 변화가 없지만, 중소형 은행에 대한 규제가 상당 부분 풀리게 된다.
하지만 지난 6일 중간선거를 통해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에 오르면서 볼커 룰의 입지에 변화가 생겼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볼커 룰을 도입한 민주당 당론은 또 다른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월가를 감시할 수 있는 금융규제가 여전히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볼커 전 의장이 2013년 세계 유명 정책전문가 30명과 손잡고 설립한 비영리단체 ‘볼커 얼라이언스(Volcker Alliance)’의 시니어 부회장인 가우라브 바시쉿은 “새로운 하원은 납세자 보호를 위해 금융 회사 감독에 좀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볼커 룰은 절대 희석되어서는 안 될 핵심 조항”이라고 말했다. 최근 뉴욕 사무실에서 그를 단독으로 만났다.
- 트럼프 행정부가 금융규제를 풀려고 한다.
- “지나친 규제를 풀고, 스마트한 규제로 접근하는 방식은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금융계에서는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을 2008년 경제위기를 통해 인식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시장은 혼란에 빠졌고, 강력한 규제를 통해 되살아날 수 있었다.”
- 대형 은행의 볼커 룰에 대한 불만이 큰데.
- “볼커 전 의장도 금융 규제의 단순화가 목적이라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규제의 원천을 약화시키는 것은 좋은 수단이 아니다. 규제의 목적은 좀 더 큰 위험을 약화시키고, 은행과 고객 간 이해충돌을 막고, 시스템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 미국 경제가 완전히 회복했다는 데 동의하나.
- “미국 경제는 역사상 두 번째로 긴 경제 팽창기를 맞고 있다. 최근 경제성장은 매우 가파르다. 그러나 성장의 혜택이 골고루 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문제다. 불행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미국 경제는 여전히 많은 빚을 지고 있다. 2008년 경제위기 때와 비슷하다. 부채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때 금융규제를 약화하는 건 시장 방조를 넘어서 역행하는 정책이다.”
- 다음 경제위기는 중국에서 터질 수 있다는 예측이 있다.
- “분명한 건 다음 경제위기의 씨앗은 좋은 시절에 뿌려진다는 점이다. 경제 전망은 빠르게 바뀔 수 있다. 철저한 준비만 한 대비책이 없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