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방한, 성과 없이 반발만 초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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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 대통령 「부시」는 지난달 27일 5시간 동안 서울을 방문했다.
그의 방문은 미국과 남조선간 무역 마찰을 해결하고 남조선 국민들의 반미 감정을 해소코자하는 것이었으나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각계 인사의 반대만 초래했다.
보도에 따르면 「부시」와 노태우의 회담에서는 양측 경제, 동북아 정세, 한반도 (조선 반도로 표기) 및 남조선과 미국의 안전 체계 문제를 주로 토의했다.
무역 마찰 문제에 있어 「부시」는 남조선이 미국을 향해 시장을 개방해 줄 것을 요구했다. 노태우는 이에 대해 어떤 승낙도 하지 않았다. 「부시」는 또 남조선 국회 연설을 통해 남조선 농민에게 미국 농산품에 대한 시장 개방과 환율 조정 문제를 호소했다.
「부시」는 남조선 각계 인사들의 반미 감정이 날로 높아가고 있는 때 서울에 도착했다. 「부시」가 도착한 그날, 남조선 각지에서는 「부시」의 서울행을 반대하는 시위 투쟁을 벌였다. 그들은 미국이 남조선으로부터 자기의 군대를 철수시킬 것과 팀스피리트 군사 연습을 중지할 것을 호소했으며 「부시」 방문에 항의하는 항의서를 발표했다.
「부시」가 남조선의 3야당 총재인 김대중·김영삼·김종필씨들과 만날 때 3야당 책임자들은 반미 감정의 원인은 미국이 노태우 정권을 지지하고 남조선에 경제적 압력을 가하며 광주 사건 처리에 성의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부시」에게 분명히 말했다.
남조선 3야당 책임자들은 미 대통령에게 선례를 보기 드물게 심한 불만을 표시했다. 또 무소속을 포함한 14명의 남조선 국회의원들이 의사당을 나가 「부시」의 국회 연설 청취를 거부했다. <신화사 제공>

<해설>&&중국 신화사 통신, 평양발 기사서 혹평|한국은 남조선, 노 대통령 이름만 표기
신화사 통신의 종합 해설은 「부시」 미 대통령의 방한에 시종일관 비판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논조는 이 통신이 중국의 유일한 국영 통신인데다 기사 자체가 평양으로 돼 있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측의 입장을 다분히 감안한 정치 분야에서의 중국의 준공식적 시각인 셈이다.
본문은 한국을 남조선이라 표기한 것은 물론 「부시」는 미 대통령이라 표기했지만 노 대 통령에게는 한번도 대통령이라 표기하지 않고 이름만을 쓰고 있다. 이에 반해 3야당 총재들은 총재라는 표기를 하고 있다.
신화사의 이런 입장과 보도가 중국의 진심을 그대로 반영한 것은 아니더라도 정치적 측면에서의 준공식적 입장임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는 동안 TV회견까지 마련할 만큼 따뜻한 환영 분위기를 보였던 중국이 이처럼 한국을 빗대어 미국을 비판한 것은 「부시」 대통령이 반체제 인사를 만찬에 초청, 인권 외교를 벌인데 대한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홍콩=박병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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