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지분 해외 매각 신중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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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국금융연구원이 정부 보유 은행주식의 해외매각에 보다 신중해 줄 것을 당부하고 나섰다.

외국자본의 유치가 은행산업의 경쟁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반면 금융시장이 불안정할 때는 자본철수 등으로 시장을 더욱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연구원은 이같은 부작용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우리금융지주나 하나은행의 주식은 국민주 형태로 매각하거나, 국내 연.기금에 잠정적으로 팔았다가 전략적 기관투자가에게 매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금융연구원은 22일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거시경제분야)에서 이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순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주재로 열린 이날 회의 결과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된 후 향후 정책수립에 활용될 예정이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외환위기 이후 활발한 외자 유입으로 외국인이 직접 경영에 참여하는 은행의 시장점유율이 26.7%까지 올라갔으며, 이는 미국(5%).일본(4%).독일(4%) 등 선진국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연구원은 또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자본은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금융회사가 아니고 단기이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본으로 금융시스템이 불안해지면 자본철수 등의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동북아 금융허브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외국자본 유입은 필수적인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연구원은 제안했다.

우선 외국자본에 대한 적격성 심사를 강화해 유입단계에서 ▶과거 같은 업종 종사경험▶국제적 신뢰성▶향후 경영계획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경영계획의 이행상황도 면밀히 따지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은행지분을 매각할 때는 ▶순수 국내계▶절충형▶순수 외국계 등 세 그룹이 상호 견제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현재 국내에는 순수 국내자본에 의한 상업은행이 없는 만큼 국민연금 등 각종 연.기금에 주식을 잠정적으로 팔았다가 적절한 기관투자가에게 재매각하는 방식이 바람직 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연구원은 특별펀드를 만들어 정부 보유 은행지분을 모두 편입시키고 일반인들을 이 펀드에 가입시켜 국민주 형태로 정부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리금융지주(86.8%).제일은행(48.5%).국민은행(9.3%).하나은행(21.7%) 등의 주식 7조2천억원(16일 현재 시장가치) 상당을 보유하고 있다.

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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