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외국인 투자자금 '썰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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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지속되고 있어 인도 경제에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0일 보도했다.

인도 증권감독원(SEBI)에 따르면 해외 펀드들은 인도 증시가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11일 이후 현재까지 24억달러(2조4000억원)어치의 현지 주식을 팔아치운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주 후반에는 이틀간 8억달러 가까운 주식을 처분하는 등 주식 매도가 극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외국인들의 급격한 주식 매도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정부의 노력을 무색케 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지난주 국책 보험사를 동원한 대규모 주식 매수와 함께 재무장관이 나서 외국인들이 다시 매수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밝히는 등 적극적인 증시 부양을 시도했다. 하지만 주가 하락 흐름을 돌려놓지는 못하고 있다.

해외 펀드들의 인도 주식 매도는 금리인상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 위축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다른 신흥시장의 약세와 궤를 같이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외국인 자금 이탈이 지속될 경우 통화가치 하락과 내수 침체를 초래하는 등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한 그동안 확대되는 경상수지 적자의 영향을 상쇄하는 역할을 했던 자본수지를 악화시킴으로써 경제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인도 루피화 가치는 전날 달러당 46.12루피로 연중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인도 무역적자는 지난 4월 42억달러로 7개월만에 최고 수준으로 확대됐으며 2005년에는 유가 상승과 수입 증가로 사상 최고인 396억달러를 기록했다. JP모건은 올해 인도의 경상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6% 수준으로 늘어나고 루피화는 연말 달러당 47.5루피 수준으로 평가절하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통화 가치 하락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수익 감소를 초래해 자금 이탈을 가속화시키는 악순환을 유발할 수도 있다.

한편 인도 뭄바이 증시의 센섹스 지수가 연일 하락하고 있다는 소식에 인도 관련 펀드에 돈을 넣은 국내 투자자들도 판매 증권사 등에 환매 여부를 묻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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