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13개월만에 2%대…농산물·석유류 가격 상승이 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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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하강 국면에 진입한 상황에서 물가가 꿈틀대고 있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2018년 10월 소비자물가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5.42(2015년=100)로 지난해 10월보다 2%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9월(2.1%)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10월 1.8%로 하락한 뒤 올해 9월까지 12개월 연속 1%대를 유지하다 13개월 만에 2%대로 올라선 것이다.

품목성질별로 보면 농산물이 14.1% 상승해 전체 물가를 0.63% 포인트 끌어올렸다. 쌀(24.3%)ㆍ토마토(45.5%)ㆍ파(41.7%)ㆍ무(35.0%) 등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으로 석유류도 11.8% 올라 전체 물가를 0.53% 포인트 올렸다. 휘발유는 10.8%, 경유는 13.5%,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는 11.0%, 등유는 15.9% 올랐다. 서비스는 1.3% 상승했는데 개인서비스요금이 2.2% 올라 전체 물가를 0.70%포인트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4% 올랐다. 역시 지난해 9월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밥상물가를 나타내는 신선식품지수도 10.5% 상승해 상승 폭이 1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생활과 밀접한 물가가 두드러지게 상승하면서 가계부담이 한층 커졌다는 얘기다.

문제는 앞으로다. 환율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유가 상승이 내년까지 지속할 가능성이 큰 데다, 일부 공공요금 인상 등이 논의되고 있다. 서민들의 물가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현재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6개월 연속 하락하는 등 경기 하강 신호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물가까지 오르면 가계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과는 거리가 멀다고 강조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현 상황이 스태그플레이션에 해당하느냐는 질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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