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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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상이 크게 혼란해지는 이유를 장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모두 좋지 않게 여기는 바를 비난할 줄은 알아도 이미 좋다고 생각한 바를 비난하려고는 하지 않는다.』장자는 이런 예까지 들었다.
활, 새그물, 방아쇠, 수레 위에 치는 그물 따위의 도구를 이용하는 지혜가 많아지면 하늘을 나는 새들의 세계는 어지러워진다. 낚시바늘, 미끼, 통발 따위를 만드는 지혜가 많아지면 물고기는 물 속에서 혼한을 일으킨다. 울타리, 토끼그물, 덫을 만드는 지혜가 늘어도 짐승의 세계는 문란해진다.
사람 사는 세계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속임수, 착란, 궤변, 악담 따위 말이 많아지면 사람들은 그것에 현혹되고 세상은 어수선해진다.
별의 별 신문·잡지들이 다 쏟아져 나오면서 세상은 밝기보다는 어지러워만 진다. 좋은 제도도 어두운 면이 있다는 것을 새삼 경험하고 있다. 언론의 자유를 만끽하고 구가하기도 전에 사이비 기자들이 먼저 활개를 치는 세태가 되었다. 그렇다고 지금 고기 잡는 그물과 울타리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사이비 기자를 쫓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우리 사회가 모두들 정도를 가면 사이비 기자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사이비 기자는 사이비세대와 함께 있다.
그러나 개방사회 일수록 스스로를 방어하는 시민의식을 가져야 한다. 바로 고발정신이다.
영어에서 고발을 리포트라고도 한다. 신문기자가 기사를 쓰는 것도 리포트다. 사이비 기자가 기사를 쓴다고 협박하면 이쪽에선 법에 고발한다고 대항해야 한다. 양쪽이 서로 똑같이 리포트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 때 그 사회는 도덕적 균형을 갖는다. 그러나 개방사회의 좋은 점은 적자생존과 자연도태의 틀이 있다는 것이다. 사이비 언론은 언젠가 스스로 자취를 감출 때가 온다. 우리 사회도 이제는 그 정도로 성숙해가고 있다. 사이비 기자에 위협을 받을 정도의 사회라면 그 사회가 건강하다고 할 수는 없다. 결국 우리 사회의 도덕적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바로 그것이 자유사회의 진면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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