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멘토 … 남중수 KT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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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수 KT 사장

부모님을 삶의 모범으로 삼을 수 있는 이는 행복하다. 남중수(51) KT 사장이 그렇다. 그는 평소 '문 밖에 나서면 모든 이를 큰 손님처럼 맞으라(出門如見大賓)'는 명심보감 구절을 즐겨 인용한다. "KT의 이름으로 만나는 이는 모두 고객"이란 뜻이다. 그는 이런 가치를 어머니로부터 배웠다 했다.

"넓지도 않은 우리 집은 시골서 온 친지들로 늘 붐볐어요. 중.고등학교 입시가 치열하던 때 아닙니까. 참다 못한 제가 한번은 공부에 방해된다며 투덜대자 어머님께서 말씀하시더군요. '사람 집에 사람 오는 걸 싫어할 요량이면 그런 공부 따위 할 필요가 없다'고요."

그는 5형제 중 막내다. 41세에 본 늦둥이건만 어머니는 엄했다. 공부보다 '도리'를 강조했고, 작은 일에 휘둘리지 말라고 가르쳤다. 중학교 입시에 실패해 의기소침한 때였다. 어머니가 당신 어린 시절 얘기를 꺼냈다.

"장마철에 비 새는 창고 지붕을 애써 고치려 하자 외증조부께서 '거길 막으면 오히려 사람 자는 방 천장이 샐지 모른다'며 그냥 두라 하셨답니다. 어머니는 그를 두고 '작은 어려움이 큰 어려움을 막는 이치'라 하셨어요." 남 사장은 "100가지 고민이 있는 것이 CEO 자리"라며 "하지만 게임 즐기듯 임할 수 있는 건 어머님의 가르침 덕분"이라 했다.

그는 부모님이 수의를 준비하던 날을 기억한다. 아직 초등학생이던 그는 부모님이 돌아가실 수도 있다는 생각에 큰 충격을 받았다. 한편으론 모든 일에는 끝이 있으며 죽음은 살아서 준비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남 사장은 덕분에 "물러날 때를 아름답게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매사 최선을 다할 줄 알게 됐다"고 했다.

40여 년 전 이미 '갈 날'을 준비한 두 어른이지만, 아버지는 90수를 누렸고 92세인 어머니는 정정하시다. 오전 5시에 출근하는 남 사장은 새벽 운동을 거르지 않는다. 그는 "수명은 천명이지만 사는 동안은 건강한 것이 아름답다"며 "이 또한 부모님에게서 배운 것"이라 했다.

이나리 기자

멘토(Mentor)=현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상담 상대, 지도자, 스승, 선생을 의미한다.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의 작품으로 전해지는 '오디세이아'에 나오는 오디세우스의 충실한 조언자의 이름(멘토)에서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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