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비리서 맴돈「5공 수사」|김우석 <사회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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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7일 오후 5공 비리 관련자 중 핵심 인물로 꼽히던 장세동 전 안기부장이 구속 수감됨으로써 사실상 5공 비리 수사는 마무리됐다.
어느 수사나 그 결과에 대한 평가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소 엇갈리게 마련이지만 이번 경우에는 수사 주체인 검찰과 국민들 사이의 평가에 특히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우선 검찰은 장세동·이학봉씨 등 소위 5공 핵심 인물을 구속하는 등 비교적 단기간에 충분한 결과를 얻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야당 쪽에서는 5공 권력의 핵심 인물을 구속하는 성과를 얻었지만 전체적으로 이번 수사를 「6공 다지기」「면죄부 양산」 수사로 평가절하 하려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떻든 핵심 인물을 구속한 결과에 대해서는 어느 쪽에서나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이처럼 엇갈린 평가를 염두에 두면서 이번 수사를 들여다보면 5공의 구조적 비리를 척결했다기보다는 특정인을 구속하기 위해 개인 차원의 비리를 찾아내는데 급급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비리와 관련, 소환됐던 수많은 5공 인물들에 대한 수사 결과가 한결 같이 개인의 잘못, 그것도 「하찮은」 과오만 찾아 문제 삼고 그런 일이 있도록 한 5공의 통치 구조는 오히려 「정당화」되는 결과를 낳고만 셈이다.
검찰로서는 물론 그같은 영역에까지 수사를 확대하는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도 쉽게 알 수 있다. 통치 구조 자체를 수사 대상으로 삼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야당이 주장하는 「특별 검사제」가 5공 수사와 관련해 부각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50여일에 걸친 5공 수사가 당초부터 검찰이 인지한 범법보다 국회 5공 특위의 「고발」로 시작했고, 정치권의 고발이 구조적 비리 척결에 있었다면 그같은 문제에 수사의 초점도 맞춰졌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치 자금과 관련한 이원조씨 수사가 면죄부 지금으로 끝났다거나, 장세동·이학봉씨의 압력을 받고 직무를 유기한 공무원에 대한 문책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이 좋은 예다. 그렇다고 실정법에 충실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만큼 형평을 유지한 것 같지도 않다.
심지어 검찰은 정치권의 입김에 지나치게 민감, 특정인을 구속하기 위해 법 운영을 편의대로 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가령 이학봉씨의 경우 수산 시장 문제와 관련해 세무 사찰을 중단토록 압력을 넣은 사실이 공소 시효가 지난 것으로 됐다가 이씨를 구속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압력이 거세어지자 구속 사유가 되는 등 일관성을 잃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저런 시비에도 불구하고 검찰로서는 전례 없는 「정치 수사를」를 일단 「최선을 다해」 마무리 지었다. 미처 밝혀내지 못한 구조적 비리의 잔재가 정치권에서 어떻게 수렴되고 여과될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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