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동결 발표 직전 “금리 올려 집값 잡아라”…여당 지도부 발언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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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오전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금리 인상 문제와 관련해 “넘쳐나는 시중 유동성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수년째 이어진 초저금리로 인해 시중에 유동자금이 급증하고 있다”며 “현 부동 자금 규모만 1117조원으로 1년 6개월 전보다 100조원이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변선구 기자

지난 17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변선구 기자

또 “과다한 유동성은 우리 경제에 좋지 않다. 집값 폭등도 오갈 데 없는 돈이 부동산 시장에 급격히 몰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집값 폭등의 요인으로 저금리를 지목한 것이다.

홍 원내대표는 아울러 “시중 유동자금을 생산성 있는 투자로 유도할 대책이 필요하다”며 “혁신성장을 위해 시중 여유자금을 끌어들여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벤처창업 분야”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정부와 협의해 혁신 벤처기업을 위한 자금조달 시스템 개편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민주당 내에선 최운열, 이철희 등 여러 의원이 금리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지난달 13일 국회에 나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2018년 10월 통화정책방향' 관련 금통위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2018년 10월 통화정책방향' 관련 금통위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한국은행의 발표를 앞둔 시점에 여당 지도부가 저금리로 인한 부작용을 지적한 것은 사실상 ‘금리 인상’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금리에 대한 의견이 여권에서 잇따라 나오자 학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은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거시경제 전반에 영향을 주는 금리 조정은 실물경기와 물가상승 등을 면밀히 지켜보고 확신이 섰을 때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아무리 여당 원내대표라도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금리 인상이나 통화정책 문제에 얘기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또 “강남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문제를 전국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금리 문제로 풀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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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원내대표의 발언이 나온 지 1시간 30분 뒤 한국은행은 기준 금리를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금리를 올린 이래 올해 들어 7번째 동결 결정을 내렸다. 금리를 인상할 정도로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주요 이유다.

고용 지표가 ‘참사’ 수준이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아직 한은 목표(2%)와는 차이가 나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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