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진 "거리의 목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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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젠 이 땅의 주인으로서 힘을 모아 생존권 쟁취와 자주·민주·통일의 실현에 앞장서나아갑시다』
노동자·농민·청년학생·시민 등 1만여명의 열기 띤 목소리가 거리를 메웠다.
22일 오후2시 서울동숭동대학로.
건국이래 최대의 재야통합단체로서 21일 발족한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전민련)의 첫 행사인 「노태우정권의 민중운동탄압 및 폭력테러 규탄대회」가 각종 현수막의 물결속에서 무르익어갔다.
팔에 깁스를 한 채 나온 현대 테러 피해자 권용목씨의 연설에 참석자들은 가장 뜨거운 박수를 보냈고 『경찰을 혼내주었다』는 한 농민대표의 사례발표에도 박수가 쏟아졌다.
『…우리는 영원한 동지. 변치않을 동지여…』
연단 맞은편 마로니에 나무위에서는 학생·노동자들이 가지에 걸터앉아 『동지가』를 부르며 주먹을 불끈 쥔다.
실질대표성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의 50%인 5백명을 노동자·농민·빈민에게 배정했다는 전민련의 광범위한 토대는 용광로처럼 각 계층의 이해와 주장이 한데 녹아드는 이날의 현장에서 확인되고 있었다.
『노동자의 생존권 요구를 빨갱이라 누르더니 회장님 북한방문 웬일입니까』 『농민수세 만들어낸 「히로히토」 죽음에 총리 조문이라니요』 『정부도 책임 못 지는 고추 북녘 농민과 물물교환하렵니다』
현대노조테러사건·전남지방수세 철폐시위·경북지역 등의 고추수매 농성 등 최근 일련의사건은 반독재·반외세·반독점재벌 등 한껏 격상된 정치적 요구로 발전하고 있었다.
『민중탄압 규탄 위해 민정당사 앞으로』
오후 4시30분. 2시간30분에 걸친 집회로 강력한 「연대」를 이룬 그들은 어느덧 태풍이 되어 시내로 진출했다. 집회 현장에는 수많은 유인물만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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