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사탕과 아기|김혜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선반에 올려 두었던 빨간 상자를 내려서 인삼사탕들을 종이 봉지에 가득히 담았다.
조금 전 친정에 와 있던 친구 옥순이가 갑자기 시댁으로 돌아가게 되어 떠나기 전에 얼굴을 보고 싶다는 전화를 해 온 것이다.
나는 옥순이를 생각하며 그의 친정으로 발길을 향했다. 여고시절 거의 날마다 지나던 골목길을 돌아가니 옥순이의 집 지붕이 보이고 이어 푸른 대문이 보였다.
곧 이어 옥순이의 모습이 나타나며 우리는 얼굴이 마주쳤다. 어느새 친구의 헐렁한 임신복안에 있던 둥근 배는 제법 커져 있었다. 오른쪽 둘째손가락으로 둥근 배의 중심을 가리키자 옥순이의 두 볼은 주홍빛깔로 물들어 갔고 우리는 한바탕 웃어댔다.
나는 종이 봉지를 내밀며『이것은 인삼사탕이야. 인삼을 원료로 해서 만든 것이라, 인삼은 네게 좋고 사탕은 아이에게 좋을 것 같다. 이다음에 네 아이가 태어나면 내가 준 인삼사탕 먹고 자랐다고 얘기해 줘라.』우리는 다시 한번 깔깔거리고 웃었다.
큰짐을 2개씩 갖고 택시를 타고 멀어져 가는 옥순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노라니 순간 미녀의 아이들 목소리가 귓가에서 맴돌았다.
미녀는 우리 친구들 중에서 제일 예쁜 친구였고, 또한 여고 동창생 중 제일 먼저 결혼했다. 결혼 후 곧 임신했다는 소문이 친구들간에 돌더니 마침내 쌍 동이를 낳았다고 했다. 2∼3년이 지난 후 나는 미녀와 전화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그때 곁에서 칭얼거리던 아이들의 음성을 잊을 수 없었다.『엄마야! 누구야! 응? 내가 말할래.』나는 참으로 묘한 기분이었다. 과연 내 친구 미녀의 아이들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다음 옥순이와 마주치게 될 때 분명히 뱃속의 아기는 내 눈앞에 나타나겠지. 그러면 나는 바짝 다가가 아이의 눈을 자세히 들여다보곤 귀에다 대고 물어 보리라.『얘! 전에 아줌마가 주었던 사탕 생각나니? 그 맛 어떻든?』 <전북 정주시 상동652 7통 2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