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오쿠다 회장 경영 손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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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일본 '재계의 총리'가 24일 물러났다.

오쿠다 히로시(奧田碩.사진) 도요타자동차 회장. 그는 이날 일본게이단렌(經團連) 회장직을 미타라이 후지오(御手洗富士夫) 캐논 회장에게 물려주고 5년 임기를 마감했다. 일본게이단렌은 2002년 일본의 양대 경제단체인 게이단렌과 닛케이렌(日經連)이 통합해 출범한 명실상부한 일본 최대 경제단체. 오쿠다 회장은 다음달 도요타 회장에서도 은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변화하지 않는 것이 최악"=오쿠다 회장은 취임 이후부터 줄곧 개혁을 역설했다. 기업뿐만이 아니라 정치.관료계 등 일본 사회 모든 부문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왔다.

그는 1975년 이후 규제돼 왔던 정치헌금을 부활시켰다. "정치헌금은 사회에 대한 공헌"이라며 그냥 주는 게 아니라 정당별 정책 평가를 해서 줬다. 이를 통해 그는 재계의 영향력을 강화했다. 2003년엔 소비세율 인상과 외국인 노동력 수입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또 고이즈미(小泉) 총리의 경제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각종 개혁 정책을 조언했다.

'개혁 전도사'로서의 이력은 그가 도요타자동차 사장에 취임한 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당시 "변화하지 않는 것이 최악"이라며 일본식 경영의 병패를 건드렸다. 연공서열제 폐지, 성과급제도 실시, 사내 벤처 육성 등 경영의 글로벌 스탠다드화도 추진했다.

그렇다고 그가 일본식 경영을 모두 부정한 것은 아니다. 그는 올해 초 게이단렌이 주최한 노사포럼에 참석 "일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큰 원인은 기업이 일본식 경영의 근간인 '인간존중'과 '장기적 안목에서의 경영'이란 이념을 고수하면서 고용을 보장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사도 정신 회복을"=최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무사도 정신의 실종이 지금 일본사회를 이상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를 복원하는 것이 바로 교육이 해야할 임무"라고 말했다. 그는 퇴임 후 교육에 전념할 생각이다. 와세다대 강단에 서는 것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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