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인협 새 이사장 조병화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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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문학활동은 단체에 의해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 행위라고 믿기 때문에 단체활동은 피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사장 추대 제의가 계속 들어왔을 땐 문임을 위한 봉사라는 생각에서 거절할 명분이 없었습니다. 앞으로 문협을 합리적 단체로 재정비, 문인에게 봉사하는 단체가 되게 하기 위해 재임기간 중 노력하겠습니다.』
7일 김동리씨에 이어 제18대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으로 추대된 시인 조병화씨(67)는 취임 일성으로 『문협을 합리적 단체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사장 직선제 요구가 일고 있는 가운데 간선으로 추대된 데 대해 부담감을 느낍니다. 이번 임원선거를 직선으로 치르려 했으나 문협이 임의단체가 아니라 법인체여서 정관을 직선으로 고치기에는 절차상 어려움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 직선개정안을 승인했으니 92년부터는 직선으로 치러질 것입니다.』
간선에 의한 추대의 부담감으로 3년 임기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조이사장은 앞으로 문협의 체질을 개선, 합리적 단체로 만들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어용시비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선 재정적으로 관으로부터 독립하려 합니다. 그러기 위해 민간단체후원회를 구성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사회에 팽배한 통일염원에 부응, 대 공산권 문학교류는 물론 북한문학도 긍정적으로 수용하려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일은 국가적 차원에서 이뤄져야지 문학이 성급하게 앞서나가서는 곤란하다고 봅니다.』
문협이 현자유민주체제의 정통적 문학단체임을 상기시키면서 조이사장은 북한을 비롯, 대 공산권 문인과의 교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나 그것이 국가 정책적 차원을 앞지를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문협기관지인 『월간문학』의 침체 이유를 기관지 성격상 회원들의 작품을 선별 없이 게재한데 있다고 보고 앞으로는 기관지에서 탈피, 필자를 선정해 문예지 전국시대에서 살아남을 잡지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이사장은 21년 경기도 안성출생으로 49년 등단, 지금까지 32권의 시집 및 작품집 다수를 냈으며 현재 인하대 명예교수와 세계시인회의 한국위원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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