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소년이 서울대 수학과 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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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국어·수학이 어려워 떨어질 줄 알았는데 이렇게 합격하니 얼떨떨합니다.』 서울대 입학시험에 만15세로 최연소 합격의 영광을 차지한 수학과 지원 박성호군(성남고3년)은 『아무래도 떨어질 것만 같아 재수할 마음까지 먹고 있었다』면서 합격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얼떨떨한 표정 속에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박군이 「최연소」 영광을 차지한 것은 남보다 두 살 먼저 국민학교에 입학했기 때문.
박군의 생일은 73년10월25일.
충남 금산군 제원면 금성2리에서 농사를 짓는 박광전씨(52)의 3남1녀 중 막내로 태어난 박군은 어려서부터 신동소리를 들어온 천재.
박군 부모는 박군이 신동소리를 듣는 데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돌봐줄 사람이 마땅치 않자 탁아소에 맡긴다는 생각으로 선생님에게 통사정, 박군이 만4살 때인 77년에 금강국민학교에 입학시켰다.
고향에서 국민학교를 졸업, 형제들과 함께 서울로 유학 온 박군은 봉천중학교를 거쳐 성남고에 진학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 박군은 국민학교때부터 학급에서 5등 이내에 드는 우등생으로 선생님과 급우들의 사랑스런 「동생」이자 막내동이로 귀여움을 독차지하기도 했다.
입학 성적은 4백40.7점으로 학력고사 점수는 2백97점.
학교수업에 충실한 것이 합격의 비결.
박군은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남들이 비밀스럽게 하는 과외수업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박군은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하면 일시적으로 성적이 떨어져도 만회할 수 있다』고 나름대로의 공부 비결을 털어놓았다.
박군은 서울 신림9동294 6백만원짜리 전세방에서 작은형 문수군(22·서울대 철학과4년), 누나 인순양(21·숙대3년)과 함께 자취생활을 하며 입시를 준비해왔다.
박군의 형 문수군도 83년 서울대 입시에서 16세 나이로 합격한 수재.
어머니 안군자씨(46)는 형 문수군이 서울대에 진학한 이후 4년 동안 매주 일요일마다 금산에서 상경해 생활비와 식량 등을 마련해 주는 알뜰 모성으로 박군 형제를 뒷바라지 해왔다.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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