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질서 확립은 정부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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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법을 지키고 질서를 유지하는 정부기능은 항상 안정성 있게 발휘돼야 할 성질의 것이지 무슨 강조주간을 실정하듯 때에 따라 강력 대응하고 온건 대응하는 것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정부가 뒤늦게 법과 질서의 수호를 위해 공권력의 강력 행사를 결정했지만 공권력이란 범법이나 질서문란, 사회혼란이 있으면 언제라도 사안에 따라 필요한 만큼 당연히 행사돼야 하고 그렇게 하는 것은 정부의 의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당연한 공권력의 행사를 그 동안 정부는 「자제」했다고 표현하지만 실은 태만히 해온 게 사실이고 각종 무법·불법에 대해 제대로 손을 쓰지 못했다고 할 밖에 없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강도·절도·폭력·치기 등의 온갖 범죄가 극성을 부리고 문명사회의 수치라 할 인신매매 행위가 자행되는가 하면 각종 집단행동이 상궤를 넘어 분출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상당기간 계속되는데도 정부가 「자제」만 해온 것은 말이 안 된다. 경찰이 범죄를 보고 「자제」한다는 일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그런 점에서 정부가 이제나마 법과 질서의 확립을 위해 공권력의 강력한 행사를 결정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그렇다 하여 과거 흔히 보았듯이 마구잡이 단속을 벌여 건수 실적 쌓기에 급급한 나머지 인권침해를 하거나 합법적 절차를 소홀히 하는 인신구속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필요한 경우 필요한 공권력행사는 정부의 평상적인 의무이자 책임이라는 인식 아래 지속적으로 법질서를 지키는 노력을 펴나가야 한다. 강조 주간처럼 한때 강력 대응으로 나가다가 다시 흐지부지하는 일이 되풀이 돼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그리고 각종 무법·불법을 단속하는 근거인 현행법 중에는 집시법처럼 이미 국민적 합의로 개폐대상이 되고 있는 법도 있는 만큼 그런 악법에 기준해서 기계적 단속을 하는 일은 바람직한 법 운용이 아님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노 대통령이 특별지시에서 언급했지만 법질서의 확립은 관련 공직자의 책임감 없이는 불가능하다. 폭력배의 위세에 눌려 신고를 받고도 파출소가 손을 못썼다는 따위의 보도는 무엇을 뜻하는가. 우리는 최근 많은 사건에서 법질서 유지를 책임진 공직자들의 소홀과 태만을 보아왔다. 이는 바로 정권의 무능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일이란 점을 정부는 인식하고 공직사회의 기강과 책임을 바로 잡아야 한다.
노 대통령은 법과 질서를 확립하라는 지시와 더불어 자유경제 질서의 수호와 대학진학을 둘러싼 심각한 사회문제의 해결을 위한 근본대책의 마련도 내각에 지시했다. 최근 계속 심각해지고 있는 노사분규와 매년 60만 명에 달하는 대학 낙방생의 문제를 생각할 때 근본적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함은 지극히 당연하다.
가령 노사분규에 있어서는 아직 합리적 해결방식이 우리 사회에서 정착되지 못했고 노사간에 요구해야할 사항의 한계가 어디까지이며, 요구할 사항과 요구 못할 사항의 구별기준이 무엇인지도 혼란한 상태다. 이로 인해 파업과 집단행동이 빈발하고 근로자의 권익이 침해되는 사례가 허다하다. 또 대학진학 문제만 해도 인생의 등급이 여기서 결정되는 것 같은 사회구조로 말미암아 우리사회의 크나큰 고통이 된지 오래다.
정부가 모처럼 특별한 의지를 갖고 이런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 도전하려는 것은 늦긴 했지만 다행스럽다. 앞으로 법과 질서의 확립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어떻게 전개될지, 경제질서의 정착과 대학진학문제에 관한 해결방안은 어떻게 구체화될지 비상한 관심을 갖고 주시코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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