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환자의 삶과 죽음|사상 첫 무대 올린다|극단반도 「문디」 1월 2일부터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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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소록도는 천형의 땅인가. 소록도에 버려진 나환자들의 질곡의 삶을 다룬 연극이 국내 공연사상 처음으로 무대화, 신년 벽두를 장식한다.
지난 11월 프러덕션 체제를 표방하고 창단된 극단 반도(대표 채승훈)가 첫 작품으로 내년 1월2일부터 한달 간 바탕골 소극장 무대에 올리는『문디』.
이만희 작·채승훈 연출의 이 작품은 일제 말 소록도에 수용된 3명의 나환자들 일상을 통해 삶과 죽음을 서정적으로 표출해내고 있다.
무대는 소록도. 3명의 남자 나환자들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천형의 섬을 벗어나기 위해 갖가지 탈출방법을 모색, 전국순회공연을 떠나는 소록도 극단에 들어가기 위해 배우연습을 하기도 하고 일과인 벽돌찍기 작업에 제몫을 다 못해 벌을 서기도 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밤은 점점 어두워지고 아무런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다. 결국 한 사람은 바다로 뛰어들어 영원한 탈출을 꾀하고 한 사람은 깊은 잠에 빠져든다. 나머지 한 사람은 언젠가 데리러 오겠다는 형이 끝내 오지 않을 것임을 알면서도 기다림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이 작품은 당초 83년 『풍인』이란 제목의 희곡으로 발표됐던 것을 개작, 살고자 몸부림치지만 결국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다는 체념의 미학에 초점을 맞추었다.
연출자 채씨는 『죽음을 응시했을 때 인간의 삶은 엉뚱하고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중시, 삶의 부분을 희화화함으로써 죽음의 극대화를 꾀했다』고 말했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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