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념뿐인 여 토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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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새해정국 대처방안을 논의한 26일의 민정당 소속의원·지구당 위원장 회의는 걱정과 푸념만 무성했을 뿐 알맹이 있는 대안 제시는 거의 없어 전체적으로 공허했다는 느낌이다.
이날 회의는 별도의 분임 토의시간을 마련해 중간 평가 등 정국주도방안과 당 개혁방안 등 굵직한 주제를 놓고 6개 반으로 나눠 2시간여에 걸쳐 토론을 벌였는데 토론 후 종합 발표된 내용을 들여다보면 다소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중간평가·지자제 등 예정된 정치 행사에 학원·노사문제·경제전망 등 전반적으로 새해정국에 대해선 어둡고 부정적인 진단이 많았는데도 뚜렷한 대책마련은 일부러 외면하는 것인지, 현실적으로 묘책이 없어서인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인천·경기·강원반에서 중간평가는 신임문제와 결부시켜야 한다면서 중간평가에 부칠 몇 가지 안건을 제시해 눈에 띄었으나 회의 후 알아보니 그마저 발표자 개인의 의견일 뿐 토의시간엔 거론조차 없었다고 한다.
다른 반에선 『중간평가문제는 당이 결정하면 그에 따르도록 하자』는 의견을 내놓았을 뿐이다.
이날 회의는 당의 민주적 운영 등 당 체질 개선작업의 일환으로 당내 의견을 수렴한다는 게 본래의 취지였음에도 중간평가와 같이 발등에 떨어진 불에 대해 거론하기조차 겁내는 이유는 무엇인지 잘 납득이 되지 않았다.
주고받은 이야기는 고작 『가정 파괴범과 인신매매범은 법정형량을 생각말고 극형에 처해야한다. 싱가포르는 강력범을 돌에 매달아 물 속에 빠뜨려 근절시킨 사례도 있다』는 식의 초법적 발상이거나 『검사들이 재벌총수들을 소환해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장관과 통화하기가 힘들다』는 식의 투정들만 쏟아놓았다.
막상 중요한 문제는 남의 일처럼 제쳐놓고 눈치나 살피며 뒷전에 앉아 한숨과 걱정만 하는 형국이었다.
이날 회의가 「오리발」 (귀향 활동비) 지급이란 또 다른 목적이 있다보니 잿밥에만 마음이 가있어 그런 것인지, 아니면 「툇마루 정치식」의 소극적 대도가 체질화돼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퍽 답답하기만 했다.
집권당의 위상을 새롭게 하는 민주정당으로 거듭 태어나겠다는 각오는 말로만 되는 게 아니라 소속원 모두가 몸으로 행동하는데서 찾아질 수 있다는 지극히 평범한 논리를 되새겨본다. <허남진(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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