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를 잡아라" 119구조대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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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산업단지 내 멧돼지를 잡아라."

18일 오전 10시 대구시 달서구 호산동 성서첨단산업단지. 옛 삼성상용차 부지였던 이 곳에 대한수렵관리협회 대구.경북지부 회원과 동물구조관리협회 회원 등 건장한 청장년 60여명이 높이 1m20cm,길이 20여m의 그물을 들고 긴장된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달서소방서에서 블루건(마취총)을 든 119구조대원 8명도 모습을 나타냈다. 1톤 트럭이 도착하면서 용맹스러워 보이는 사냥개 다섯마리가 나타났다.

산업단지 내에 서식하고 있는 '멧돼지 포획작전' 준비가 완료된 것이다.

이날 작전의 총지휘를 맡은 달서구청 김창수 환경보호과장이 "시작"이라고 소리치자 '멧돼지전문사냥꾼'이라는 별칭으로 불릴 정도로 실력이 뛰어난 119구조대원들이 사냥개를 풀었다. 숲속으로 내달리는 사냥개들의 거친 숨소리가 울려 퍼지는 듯했다. 5분쯤 지났을까. 200여평의 우거진 숲속에서 멧돼지 한마리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바로 뒤를 이어 사냥개 다섯마리가 무서운 기세로 멧돼지를 쫓았다. 멧돼지는 사람들이 손으로 들고 있던 그물을 뚫고 나와 1km여를 내달려 공단 반대편 숲속으로 사라졌다. 모습을 감춘 멧돼지를 찾기 위해 수렵협회 회원들이 동분서주하던 10시40분쯤 달서소방서 119구조차량이 급하게 단지 정문을 나서 왕복 12차로로 내달렸다. 단지를 벗어난 새끼 멧돼지가 지나던 차량에 '퍽'하고 부딪혔다. 새끼 멧돼지는 119구조대원들의 의해 인근 동물병원으로 이송됐다.

5분 후 "조금전에 놓친 어미 멧돼지는 단지를 나가 인근 금호강변 야산으로 올라갔다"는 수렵협회 권오웅 대구.경북지부장의 휴대폰 연락에 '멧돼지포획작전'은 종료됐다.

이곳 12만평 부지는 2000년 삼성상용차의 파산으로 방치돼 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잡초만 우거져 폐허가 되다시피 했다. 하지만 지난해 LCD.휴대폰.반도체부품 등을 생산하는 8개 업체가 입주키로 결정되면서 첨단산업단지로 변모중이다. 하수도공사와 신축건물 공사가 한창이다.

그런데 약 보름 전 이곳에서 멧돼지가 발견됐다.대여섯마리의 고라니가 살고 있는 것도 확인됐다. 산업단지 조성 부지와 인접해 있는 작은 숲속에서다. 공단 조성과정에서 설치한 2m 높이의 담 안에 갇혀 살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주변에 건물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야산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살게 됐다는 것이다.

김창수 과장은 "인근 야산에 살다 이곳에 서식하게 된 멧돼지가 공단을 벗어나 아파트단지로 들어가면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며 "멧돼지를 잡아 인근 야산에 놓아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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