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당·정·청은 중구난방, 정책은 갈팡질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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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집권 2기를 맞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혼선이 도를 넘고 있다. 고용 참사와 자영업 위기, 부동산 가격 급등 등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정부의 행보는 갈팡질팡과 엇박자를 거듭하고 있다. 특히 국민적 분노까지 자아내고 있는 부동산 문제에서는 상황이 심각하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신규 주택 공급을 검토 중인 경기도 과천과 안산 등 후보지 8곳을 공개해 버렸다. 주택 공급 후보지는 사전 유출되면 해당 지역 투기와 땅값 폭등을 불러올 수 있어 극도 보안을 요구하는 ‘국가적 기밀’ 사항이다. 국토부가 즉각 유출 경위 조사에 착수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부동산 대책에 대한 고위 관계자들의 발언도 중구난방식으로 나와 시장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정·청 회의에서 종합부동산세 강화를 요구했지만,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방송에 나와 “급격한 세금 인상이 능사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임대주택 정책 방향을 갑자기 억제 쪽으로 유턴했다. 김 장관은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는 분양 원가 공개 추진까지 들고 나왔다. 급기야 이낙연 국무총리가 설익은 발언을 자제하라고 경고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소득주도 성장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시장 수용성을 충분히 고려해 우선순위나 정책 강도 등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청와대와 결이 다른 이야기를 했다. 그것도 대통령 직속 정책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출범식 자리에서였다. 이런 와중에 어제 청와대에서는 ‘포용국가’를 사회정책 분야의 비전으로 내놓는 회의를 대대적으로 했다. 주홍글씨가 된 소득주도 성장에 새로운 포장지를 입히려는 게 아닌지 의문이다. 잇따른 정책 실패로 떨어지는 지지율을 만회하고, 내부적으론 소득주도 성장을 밀어붙여 고정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