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스 "한국 경제력 감안해 도움 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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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미 중인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17일 워싱턴의 한 레스토랑에서 리처드 롤리스 국방부 부차관보를 만나 이라크 파병 요청 경위.배경 등을 상세히 물었다.

롤리스 부차관보는 지난 4일 청와대를 방문, 외교안보 책임자들에게 이라크 파병을 요청했던 당사자다. 때문에 "북핵 및 주한미군 재배치 등 다른 한.미 간 현안이 산적했음에도 1시간30분의 논의 절반을 이라크 파병 문제에 할애했다"고 배석했던 박진(朴振)대변인은 전했다.

사안의 민감성 때문인 듯 한나라당은 이날 만남을 비공개로 했다. 양국 정부가 협의할 사안을 두고 야당이 먼저 미국 정부의 '선무(宣撫) 작전'의 대상이 됐다는 인상을 주지 않겠다는 뜻 같다.

오찬을 함께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만남에는 한나라당 측에선 崔대표와 朴대변인이, 미국 측에선 롤리스 부차관보 등 국방부 관계자 세명이 참석했다.

파병 얘기를 먼저 꺼낸 건 崔대표였다. 그는 "청와대에 파병을 요청했다는데 정확한 경위와 배경을 얘기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롤리스 부차관보는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비전을 공유하고 있으며 세계 12위 경제국이어서 이번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판단은 주권국가인 한국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파병과 관련된 주요 대화 내용은 다음과 같다.

(崔대표)"희망하는 파병 규모는."

(롤리스)"다른 부대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독자적으로 작전이 가능한 규모가 좋을 것이다. 여단과 사단의 중간(between) 정도가 적절할 것 같다."

(崔대표)"어떤 형태의 구성을 생각하나."

(롤리스)"한국 파병군이 사단의 지휘부와 작전.운영 등을 담당하는 형태다. 한국에서 사단 전체를 보낼 필요는 없고 다른 나라의 다국적군을 포함시켜 사단 규모로 만들면 된다. 폴란드 다국적군 사단 형태다."

워싱턴=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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