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8 건대항쟁 기념탑」 돌아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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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5공화국에 의해 꺾였던 학생들의 민주투혼이 1년여만에 제자리를 찾게됐다. 지난 86년의 「건국대 사태」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건대생들이 성금을 모아 제작했던 「10·28 건대 항쟁 기념탑」이 지난해 10월 28일 경찰에 불법 압수 당한지 1년여만인 10일 건대로 다시 돌아오게 된 것이다.
「건대 사태」는 86년 당시 학생운동을 「용공으로 몰아붙이는 5공 정권」에 대항하기 위해 열렸던 「전국 반외세 반독재 애국학생 투쟁연합회」 집회를 경찰이 속칭 「황소 작전」으로 진압했던 5공의 대표적 학원 난입사건.
이 작전으로 건대 본관·도서관·학생회관 등을 점거, 1주일째 농성을 벌여오던 대학생 1천 2백여명이 경찰의 무차별 최루탄 세례를 받고 끌려나와 전원 구속돼 단일사건으로 국내 최대의 구속자 수를 기록했다.
학생들은 이에 따라 87년 10월 27일 성금 1천 5백여만원을 모금, 높이 6m의 청동 남자 나신상 형태의 「10·28 건대 항쟁 기념탑」을 제작했다.
학생들이 기념탑 제막과 함께 건대사태 1주년기념 시위를 대규모로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서울 동부경찰서는 서울지법 동부지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같은 해 10월 28일 새벽 교내를 수색, 기념탑 등을 강제 압수해갔다.
그러나 학생들은 문제의 기념탑은 압수수색 대상이 아닌 점을 들어 지난 2월 동부지원에 압수처분 취소 가처분 신청을 내 압수처분 취소결정을 받아냈다.
학생들은 경찰이 이 같은 법원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기념탑의 소재를 모른다』는 등의 이유로 계속 반환을 미루자 지난 3월 서울 민사지법에 「기념탑 인도를 위한 소송」을 제기, 『기념탑을 인도할 것과 파손돼 반환이 어려울 경우 1천 7백만원을 배상하라』는 승소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확정판결문에서 『국가는 아무 법적 근거 없이 기념탑을 철거함으로써 학생들에게 물질적·정신적 고통을 주었다』며 『피고인 경찰은 기념탑을 훼손 없이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까지 기념탑 반환이 늦어진 것은 경찰이 1심 판결에 불복, 항소를 준비해왔기 때문.
이에 대해 학생들은 지난 10월 28일 「건대 항쟁」 2주년 기념식을 가지면서 기념탑이 위치했던 사회과학관 앞 광장에 별도로 「건대 항쟁 기념비」를 세우고 경찰의 기념탑 반환을 강력히 요구해왔다.
결국 경찰은 지난달 말 항소를 포기, 건대 학생회 측에 항쟁기념탑 반환을 통보함으로써 제막식도 못한 채 제작 10시간만에 경찰에 탈취 당했던 기념탑을 1년 43일만에 되돌려 받게됐다.
남은 문제는 경찰이 보관하고 있는 기념탑의 보존상태.
경찰은 『기념탑은 서울시경 구로지구대에 아무 훼손 없이 보관돼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경찰의 압수당시를 목격한 학생들에 따르면 『경찰의 강제철거 도중 탑신이 두 동강 났었다』고 말하고 있어 항쟁기념탑의 온전한 반환 여부도 주목을 끌고 있다.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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