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동지에서 적으로 돌아선 이해찬-김병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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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두고 노무현 정부에서 의기투합했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30일 전혀 상반된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선공에 나선 건 이 대표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ㆍ정ㆍ청 회의에서 이 대표는 “3주택 이상이거나 초고가 주택 등에 대해선 종부세 강화를 검토해야 한다”며 “요즘 부동산 시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구체적이고 과감한 대응으로 초기에 불안감을 해소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2005년에 (내가) 총리를 할 때도 비슷한 현상이 있어서 여러 대책을 세웠는데, 투기로 의심되는 동향이 있으면 필요한 조치를 즉각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과도한 신도시 개발이나 대규모 재개발사업 등 일시에 지가 상승효과를 일으켜 투기를 유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소유가 아니라 거주하는 주거문화를 정착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시중 여유자금이 너무 많아 투기자금이 될 가능성이 있는데 생산적인 투자를 유도하는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라고도 했다.

종부세 강화 방안이 여권에서 구체적으로 거론되자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종부세만 갖고 얘기해선 안 되고, 지금 거래 관련 과세를 같이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전체적으로 부동산 관련 세 부담이 상당히 높은 국가이기 때문에 하나를 올리면 다른 것을 내려줘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부동산 관련 세 부담이 너무 커진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당 입장에서는 한쪽만 올리겠다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신임 대표가 27일 국회 본청 자유한국당 대표실을 예방해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신임 대표가 27일 국회 본청 자유한국당 대표실을 예방해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둘의 상반된 입장은 노무현 정부 때와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사실 김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종부세 신설 등 부동산 정책을 직접 설계했던 당사자였다. 당시 과세 대상이 강화됐고 실거래가 등기부 기재 등이 입안됐다. 김 위원장은 2005년 7월 “헌법을 바꿔야 할 정도로 힘을 들이지 않으면 바뀌지 않을 부동산 제도를 만들겠다”면서 종부세를 밀어붙였다.

 그러자 당시 이해찬 총리도 화답했다. 이 총리는 즉각 간부회의를 열고 “부동산 투기는 단순한 사회적 범죄가 아닌 사회적 암”이라며 “이번에는 반드시 근원적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는 방안을 치밀하게 준비해서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5년 1월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새해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이해찬(왼쪽) 국무총리, 김우식 비서실장과 함께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중앙포토]

노무현 대통령이 2005년 1월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새해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이해찬(왼쪽) 국무총리, 김우식 비서실장과 함께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중앙포토]

김 위원장의 현 정부 부동산 정책 비판은 최근 잇따르고 있다. 지난 27일 비대위 회의에서 “정부가 규제만 강화하고 세금만 걷으려고 할 뿐 시중의 자금을 산업 쪽으로 흘러가게 할 동기를 안 만드니 자금이 자꾸 부동산에 몰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의 부동산 상승은)지난 2007년 부동산의 급격한 상승과는 구조가 다르다”라며 “그때는 세계 전체 부동산이 올라갔으나 몇 년 전부터 세계 주요국 부동산 가격은 하향 국면인데 우리만 유독 다르다”고 했다.

종부세를 입안했던 김 위원장이 종부세 강화 등을 비판하자 민주당에선 “자기 부정의 전형”이라고 꼬집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 측은 “달라진 게 아니다. 과거에도 종부세 등 보유 과세는 올리되, 양도세 등 거래 과세는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며 “(현 정부가) 어디 하나 숨통을 만들지 않고 깡그리 옥죄기만 하니, 그런 건 정책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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