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남북 철도 연결 합의 이번엔 꼭 실천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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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남북이 경의선과 동해선의 철도 시험운행에 원칙적인 합의를 하고 이에 필수적인 군사적 보장장치는 16일 열리는 장성급 회담에서 타결하기로 했다. 이 회담에서도 합의를 봐 시험운행이 이루어진다면 그 의미와 파장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사업이 자리를 잡은 데 이어 철도 연결도 가시화(可視化)함으로써 남북관계가 한 차원 진전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절절한 표현에서 잘 드러나지만, 남북 철도 연결은 '분단 극복과 남북 화해'의 상징이었다. 동시에 '남북 상생(相生)'을 위한 실질적 사업으로 평가받아 왔다. 남북을 관통하는 철도가 시베리아나 중국 횡단철도와 연계되면 남북이 얻는 경제적 이득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연구에 따르면 북한은 운임.수수료 등으로 연 3억~4억 달러를 벌 수 있다고 한다. 또 외부의 지원을 받아 철도시설의 현대화를 이룰 수 있다면 북한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남측은 남북 간 물류비용의 3분의 1을 줄일 수 있다. 또 동북아에서의 물류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지리적으로 '대륙으로 연결될 수 있는 접점'을 찾았다는 상징적 의미도 크다. 이런 점에서 이번 합의는 남북한 모두에 의미 있는 사업의 첫단추를 마련한 것이다.

문제는 북한의 향후 태도다. 북한은 2004년 10월과 2005년 10월에 철도 시험운행에 합의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는 우리로부터의 반대급부를 보다 극대화하려는 전술이라는 분석 등이 제기됐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측면에 개의하고 싶지 않다. 다만 이번에도 서해 북방한계선에 대해 우리 측 양보를 요구하는 등 납득할 수 없는 조건을 단다면 이는 용납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은 '5월 25일'로 한 이번 합의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 또 더 나아가 '1회용 전시성(展示性) 행사'로만 하고, 대가만 받아내려는 얄팍한 수법을 쓰려 해서도 안 된다.

이번 합의는 대북(對北) 압박을 둘러싸고 고조되는 한.미 갈등 속에서 나왔다. 대북 금융제재에 탈북자도 받아들이는 부시 미 정부의 행태로 볼 때 이번 합의에 박수를 칠 리는 없다고 본다. 남북관계의 진전은 환영하면서도 미국과의 갈등이 심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게 대다수 국민의 생각이다. 따라서 이번 합의와 한.미관계의 연관성에 대해 정부는 명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