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은행·보험 상근 감사위원 70% 금감원서 내려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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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주주이익을 대변하는 경영 감시자인가, 기업 흠집을 막기 위한 로비스트인가-.'

증권.은행.보험 등 주요 금융회사의 상근 감사위원 10명 중 7명은 금융감독원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최근 증권사들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제기된 '낙하산 인사' 논란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14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42개 금융사의 2005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9개 사(69%)의 상근 감사위원이 금감원(옛 증권.은행.보험감독원 포함) 출신이었다. 증권거래법에 따르면 자산총액이 1000억원 이상인 상장사는 주주를 대신해 경영을 감시할 상근 감사를 1명 이상 둬야 한다.

특히 증권 쪽은 21개 사 중 부국.NH증권을 뺀 19개 사의 상근 감사가 금감원 출신인 것으로 파악됐다. 게다가 최근 현대증권을 포함해 대신.하나증권 등 많은 증권사가 주주총회를 앞두고 금감원 출신을 새 감사 후보로 추천한 상태다. 이에 대해 현대증권 노동조합은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 조작 의혹 등으로 금감원이 비판받는 상황"이라며 "그런 금감원 출신이 감사로 선임되는 관행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은행은 10곳 중 6곳의 상근 감사가, 손해보험사는 11개 중 4개 사가 금감원 출신이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금감원 출신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업무를 낱낱이 파악하고 있어 감시 기능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해당 회사의 요청으로 감사에 선임된 것일 뿐 '낙하산 인사'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감원 출신의 감사 진출이 점점 관행처럼 굳어지면서 업계와 감독당국의 밀착관계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많다. 일부 국회의원은 "금융사들이 금감원 퇴직자를 너도나도 감사로 뽑는 것은 사실상 로비에 활용하려는 목적이 크다"며 "법을 개정해 이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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