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반응은 … 국무부, 겉으론 별 반응 안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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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겉으론 평범한 반응=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노 대통령이) 몽골의 한국 교민들에게 사적으로 언급한 내용을 토대로 한 보도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늘 남북대화와 교류를 지지해 왔다"며 "한국의 대북정책에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한국은 북한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대화 채널을 가동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워싱턴의 반응은 겉으로는 평범해 보인다. 미국은 2004년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한 노 대통령이 "북한의 핵 보유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고 말한 직후 "노 대통령의 발언 가운데 토론하고 싶은 대목이 있다"는 비공식 논평을 냈지만 그 뒤론 노 대통령의 발언에 직접적인 반응을 자제해 왔다.

◆ 속으론 의구심=미 행정부에서 최근까지 한반도정책을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이번 발언으로 드디어 노 대통령의 본색(real color)이 드러났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제 한.미 관계가 좋다고 말하는 인사는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에서도 찾기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대한 미 의회의 시각이 싸늘해질수록 다음 달부터 시작될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노 대통령의 발언 중 특히 주목하는 것은 '조건 없는 대북 지원'이다. 그동안 한국의 대북 지원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라는 공감대가 양국 사이에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안전핀마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또 하나는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북한의 불안을 거론한 대목이다. 워싱턴의 일부 인사는 이것을 한.미 연합훈련의 중단이나 축소를 요구하는 신호탄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한국 국방부는 최근 '전쟁(war)'이란 용어의 사용을 중단한 데 이어 '연합(combination)' 이란 용어도 북한이 싫어한다며 사용을 자제할 방침임을 미국 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다른 소식통은 "그동안 노 대통령은 국내 지지기반을 의식해 말은 반미적으로 해도 행동은 동맹에 기여하는 쪽으로 해 왔다"며 "이번에도 그런 식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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