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국 환율조작 증거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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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미국이 중국에게 위안화를 절상하라고 압박을 가하는 것은 잘못된 정책이라는 지적이 미국 내에서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미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보다 미국 제조업계의 일방적인 이해관계를 지나치게 부각시켰다는 반성에 따른 것이다. 이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위안화 절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재무부도 11일 반기 환율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중국이 인위적으로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며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위안화 절상에 대한 논란이 미국 내에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먼델 콜롬비아대 교수는 서울 하야트호텔에서 열린 삼성증권 글로벌 콘퍼런스에 참석, "중국이 위안화를 절상해도 미국의 적자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먼델 교수는 또 "지난해 80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적자 중 중국의 흑자로 인한 것은 12% 정도에 불과하다"며 "위안화를 20~25%까지 절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근거가 부족하며 다른 수단을 통해 미국의 적자를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 재무부가 이번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은 것이 기존의 중국 압박 정책에 대한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로스 캐피털 파트너스의 도널드 스트라자임 부회장은 "특정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것은 다이나마이트를 터뜨리는 것과 같다"며 "중국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네기재단의 앨버트 케이델 연구원도 "미국의 재정 및 무역 불균형의 책임을 중국에 떠넘기려는 여론의 압력에 부시 행정부가 동조하지 않은 것은 현명한 처사"라고 말했다. 반면 재계에선 미국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불만을 보이고 있다. 미국 수출업계를 대변하는 미 제조.무역업연합 관계자는 "부시 행정부가 미국의 제조업을 희생시키면서 중국에 머리를 조아렸다"고 비난했다.

이같은 반응에 미 정부도 곤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존 스노 미국 재무부장관은 성명서를 내고 "중국의 환율 문제는 양국간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사회의 문제"라고 말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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