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사립학교 유학생 몰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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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영국의 사립 초.중.고교가 비싼 학비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교육 시스템을 바탕으로 세계 각국에서 학생을 대거 유치하고 있다고 더 타임스가 10일 보도했다. 영국 사립학교의 연간 학비는 평균 2만 파운드(3400만원)로 숙식을 제공받는 기숙학교의 경우 최고 2만5000파운드(4300만원)에 이른다.

영국 사립학교위원회(ISC)는 9일 외국에서 영국 사립학교로 유학온 학생들이 전년도보다 11% 증가해 2만3000여 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2006년 ISC 총조사' 자료에 따르면 독일.프랑스.스페인 등 유럽 국가 출신 학생은 25% 이상 증가했으며, 러시아.중국.홍콩과 중동.동유럽 국가 학생도 많이 늘었다. ISC에 속한 1270개 사립학교는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지 않는 대신 학생과 교사 선발, 교육 과정, 평가 등을 독립적으로 하고 있다.

더 타임스는 외국인 학생의 증가 원인을 경쟁력 있는 사립학교의 운영 방식에서 찾았다. 국제 학위 인증 프로그램(IB) 채택, 폭넓은 교과 과정, 적은 학생 수, 유능한 교사, 좋은 운동 시설 등이 국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IB 프로그램을 채택한 학교를 마친 학생들은 졸업 뒤 원하는 나라에서 대학에 다닐 수 있게 된다. 사립 학교들은 밀도 있는 교육을 위해 최근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있으며, 이번 조사 결과 역대 조사에서 가장 적은 9.87명으로 나타났다.

독일에서 유학 온 로렌츠 카스파르 부어스(17)는 "독일에선 한 반에 35명 정도가 공부했는데, 이곳에선 10명 안팎"이라며 "선생님과의 관계가 확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노스 요크셔에 있는 한 사립학교 교장은 "외국인 학부모들은 특히 젊고 열의에 찬 교사가 많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는다"면서 "교사들이 방과 후에도 학교에 남아 학생들이 모르는 것을 직접 가르쳐 주는 것을 인상 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영어를 배울 수 있다는 점, 국제 교통이 편리하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ISC 관계자는 "영국을 오가는 값싼 항공편과 그 밖의 교통수단이 다양해 학부모와 학생들이 자주 만날 수 있어 가족과 떨어져 있음으로 발생하는 부작용이 비교적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조너선 셰퍼드 ISC 사무총장은 "2001년 이후 영국의 전체 학생 수는 10만3000여 명(1.4%) 감소했는데, 같은 기간 사립학교 재학생은 1만3000여 명(2.7%) 늘었다"며 "영국 사립학교의 국제적인 경쟁력이 입증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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