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북미회담 누가 시켜줬는데···北 잘못하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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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고위급회담의 남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오른쪽)과 북측 대표단장인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회담을 마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남북 고위급회담의 남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오른쪽)과 북측 대표단장인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회담을 마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오는 9월 예정된 3차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원론적인 얘기 두루뭉술하게 해 놓고 끝났다는 게 예감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13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9월 중에 정상회담이 안 열릴 수도 있다고 보는 거냐”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남북은 이날 진행된 4차 고위급 회담에서 9월 안에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하면서도 구체적인 날짜는 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 전 장관은 “9월 중으로 한다고 합의했지만 그것도 지금 예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우리가 물밑 접촉 대화를 많이 했기 때문에 시기는 8월 말, 9월 초 정도가 되지 않을까 예고했었는데, 오늘 회담이 뭔가 지금 말씨름으로 되지 않았나”라고 추측했다.

그는 회담 분위기가 좋았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이번 회담에서 북측 대표단의 면면을 보면 철도성 부상, 환경보호성 부상 등 줄줄이 4ㆍ27 판문점 선언의 이행 문제를 따지기 위해서 온 사람들”이라며 “북한이 판문점 선언의 이행 문제와 관련해 노동신문 등을 통해 불평을 해왔는데 이를 공식적으로 제기하려고 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측이) 차단봉을 내리고 우리의 적극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바람에 조금 말싸움 내지는 실랑이가 있었다”라며 “정상회담 문제는 북측이 제안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남측이 아무런 진전된 입장도 없이 정상이 만나는 것은 어렵다고 보고, 그러면 9월로 일단 넘겨놓고 판문점 선언 관련해서 (남측이) 뭔가 전향적인 조치를 취하면 그때 가서 날짜를 정해도 늦지 않다는 식으로 (결정을) 미뤄놓지 않았겠느냐”라고 봤다.

그러면서 “이선권 북측 단장이 회담 개최 전후로 판문점 선언 이행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면서 ‘이산가족 상봉’ 등의 일정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식의 겁주는 얘기를 했다”며 “판문점 선언 이행에 대한 우리의 전향적인 입장을 끌어내기 위한 전술적 조치라면 괜찮지만, 앞으로 남북 관계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 자기들이 견지해 나갈 전략적 입장을 시사한 거라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북한은 오늘 회담에서 정상회담 결정하는 칼자루를 쥐고 올라간 것”이라며 “이상하게 됐다. 비핵화, 종전선언 문제도 걸려 있고, 북미 간의 다리 역할을 해야 할 우리를 상대로 지금 판문점 이행 문제를 가지고 이렇게 어려움을 주면 북한이 잘못하고 있는 거다. 그동안 북미 정상회담 누가 시켜줬는데…”라고 북한의 태도를 비판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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