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즈펠드 '벽'넘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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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터 고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사임은 존 네그로폰테(사진) 국가정보국(DNI) 국장의 영향력이 막강함을 보여준 사례다. 15개 정보기관들을 총괄 지휘하는 DNI의 책임자인 네그로폰테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움직여 예일대 재학시절부터 친구인 고스를 물러나게 했다. 뉴욕 타임스는 7일 "고스가 CIA 역할을 축소하려는 DNI 움직임에 반발한 게 경질 이유"라고 전했다.

그러나 그런 네그로폰테도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견제를 받고 있다. 럼즈펠드가 국가안보의 핵심인 정보력을 DNI에만 맡길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럼즈펠드는 2005년 DNI가 창설됐을 때부터 "거기서 하는 일엔 한계가 있다"고 말해왔다. 또 의회를 움직여 네그로폰테의 권한을 축소하려고 시도했다. 럼즈펠드는 "국방부가 전쟁을 수행하는 만큼 산하 정보기관들과 일선 지휘관 사이에 필터나 장애물이 끼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로 다수 의원을 국방부 편으로 만들었다. 그 때문에 국방부 소속 정보기관들의 덩치가 커졌다. 국가안보국(NSA)과 국립정찰국(NRO)의 1년 예산은 각각 60억~80억 달러로, CIA 예산(약 50억 달러)보다 많다고 LA 타임스는 보도했다.

네그로폰테는 국방부의 정보기능 확대와 관련, "개별 기관의 정보력 강화보다 통합된 정보력을 극대화해야 한다"며 불만을 나타냈지만 럼즈펠드의 주장에 밀리고 있다. DNI 부국장이던 직속 부하 마이클 헤이든이 8일 CIA 신임 국장에 지명됨에 따라 원군을 얻게 된 네그로폰테가 앞으로 럼즈펠드라는 '벽'을 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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