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 벗기고 다리 벌려’ 성추행 폭로하자 “생활부 잘 써주겠냐”협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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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을 상습 성추행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광주의 한 고교 교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중앙포토, 연합뉴스]

여고생을 상습 성추행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광주의 한 고교 교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중앙포토, 연합뉴스]

‘스쿨 미투’ 피해 학생만 180명에 이르는 광주지역 모 사립여고 학부모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했던 성희롱 발언을 자세히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고교 학부모 A씨는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의 아이로부터 들었다는 피해 사례를 공개했다.

A씨는 “선생님들이 농담처럼 ‘엉덩이가 크다’, ‘가슴이 크다’, ‘여자는 각선미가 좋아야 한다’고 말하며 살짝살짝 (신체 부위를) 만졌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금 더운 날이었는데 선생님이 들어와서 ‘너희들 더우면 커튼 벗겨라’, ‘다리는 벌려라’, 이런 식으로 말씀하셨다고 한다”며 “어떤 선생님은 자신의 성매매 경험도 이야기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가해 교사들이 학교생활기록부를 볼모로 학생들의 입막음을 시도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학생부는 학생들의 평소 학교생활 등을 기록한 문서로, 상급학교 진학 때 평가 자료로 쓰인다.

A씨는 “(학생들이) 지난해에도 문제를 제기했다고 들었다”며 “교육청 홈페이지 같은 데도 올라온 적이 있었는데 몇 시간 뒤면 그 글이 삭제되곤 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학교에 직접 문제제기를 해본 적은 없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A씨는 “아이들은 선생님이 제일 무섭지 않으냐”면서 “선생님의 위압적인 한마디에 좀 위축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도 사건이 표면화되니까 선생님이 ‘너희들 이런 식으로 하면 생활기록부 잘 써줄 수 있을 것 같냐’는 식으로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것 때문에 아이들이 더 화가 났다”고 말했다. 대학 진학에 직접 영향을 주는 생활부 작성을 통해 성추행 은폐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A씨는 “학교 안에서는 선생님들이 권력자”라며 “(아이들이) 그것(생활부) 때문에 여태 말을 못 하고 있었던 것도 있다. 일단 아이들 보호 차원에서 (문제가 된) 선생님들이 정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18일 학생회 간부와 학부모가 이 여고 교장에게 피해 사실을 신고하며 알려졌다. 학교 측은 지난 30일까지 3일간 자체 전수조사를 벌였고, 교사 11명이 성추행·성희롱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 학생은 180여명에 이른다.

광주시교육청은 교사 11명을 우선 분리 조치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이 학교 3학년 학생들은 8일 개학을 앞두고 있다. 교육청은 개학 이후에도 교사들에 대한 분리조치를 지속하고 기간제 교사를 대체 투입할 계획이다. 또 교사들이 성희롱과 성추행 가해자로 최종 확인되면 중징계할 방침이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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