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회신 “강연희 소방경, 취객에 맞아 숨졌다고 단정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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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일 오후 1시 20분쯤 전북 익산시 한 종합병원 앞에서 윤모(47)씨가 자신을 구해준 구급대원 강연희(51ㆍ여) 소방위의 머리를 때리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담겼다. [사진 전북소방본부]

지난 4월 2일 오후 1시 20분쯤 전북 익산시 한 종합병원 앞에서 윤모(47)씨가 자신을 구해준 구급대원 강연희(51ㆍ여) 소방위의 머리를 때리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담겼다. [사진 전북소방본부]

“뇌동맥류 파열 및 이후 발생한 합병증 # 폭행,욕설로 악화했는지 검토 필요”

취객에게 폭행당한 뒤 뇌출혈로 쓰러져 숨진 전북 익산소방서 고(故) 강연희 소방경(51ㆍ여)의 부검 결과가 ‘취객에게 맞아 숨졌다고 단정할 수 없다’로 제출됐다.

30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국과수가 밝힌 강 소방경의 사인은 뇌동맥류 파열 및 이후 발생한 합병증(심장 등의 다장기부전)이다. 뇌동맥류는 뇌혈관 벽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고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른 혈관 질환이다. 강 소방경이 언제부터 발병했는지 알 수 없는 이 질병을 앓고 있었고, 이후 병세가 악화해 숨졌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다만 국과수는 부검 결과를 통해 “폭행 및 욕설 등의 자극이 강 소방경이 앓고 있던 질환을 악화시키거나 이차적 변화를 초래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에 따라 강 소방경 병원 진료기록 등을 토대로 대한의사협회에 자문할 방침이다.

취객에게 폭행치사 혐의를 적용하려던 경찰 수사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취객 폭행으로 인해 강씨가 사망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폭행 및 욕설 등 자극이 기저질환이 있는 강씨를 더 악화시켰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강 소방경이 폭행 때문에 숨졌을 가능성을 크게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강 소방경은 지난 4월 2일 오후 1시 20분쯤 익산시 한 종합병원 앞에서 취객 윤모(47)씨로부터 입에 담지 못할 폭언과 함께 머리를 2차례 가격당했다. 이후 나흘 동안 어지럼증과 경련, 딸꾹질이 멈추지 않던 강 소방경은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한 달 만인 5월 1일 숨을 거뒀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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