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위 ' 7 전 8 기' 성벽 깨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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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위 보러 가자. 평일에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미셸 위를 보려는 갤러리의 열정은 뜨거웠다. 나중에는 4000명까지 늘어나 길과 언덕까지 가득 채운 갤러리가 미셸 위의 플레이를 지켜보기 위해 코스를 이동하고 있다. 영종도=박종근 기자

지난해 챔피언 최경주가 10번 홀에서 드라이브샷을 날리고 있다. [영종도=뉴시스]

4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에서 개막한 KPGA투어 SK텔레콤 오픈 1라운드.

'1000만 달러의 소녀' 미셸 위(한국이름 위성미)는 2언더파(버디 4, 보기 2개)를 쳐 공동 28위로 순조롭게 출발했다. 여덟 번째 출전한 남자 대회에서 처음으로 컷을 통과할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코스가 짧고 바람도 거의 없는 날씨 속에서 치러진 1라운드에서 언더파를 친 선수가 64명이나 됐고, 2언더파 이하도 46명에 이르러 공동 60위까지의 컷을 통과하려면 2라운드에서도 언더파를 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A 베스콘티(호주)가 7언더파를 몰아쳐 이승호와 이언 스틸(말레이시아) 등 2위 그룹을 2타 차로 제치고 단독선두에 나섰다. 지난해 챔피언 최경주(SK텔레콤)는 4언더파로 최상호(동아회원권).김형태(이동수골프) 등과 함께 공동 5위에 올랐다.

◆ 구름 같은 갤러리=미셸 위는 오전 6시59분에 티오프했다. 무척 이른 시간임에도 미셸 위의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갤러리가 몰려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더니 전반 9홀이 끝날 무렵에는 메이저 대회 최종 라운드를 방불케 하는 4000여 명이 따라다녔다. 미셸 위의 힘이 피부로 느껴졌다.

◆ 쾌조의 스타트=화창한 날씨였다. 바람도 잔잔했다. 핀 위치도 비교적 쉬웠다. 러프의 풀은 짧아서 전혀 위협을 주지 못했다. 좋은 스코어를 내기 위한 조건이 거의 다 갖춰진 셈이었다. 그러나 미셸 위의 얼굴은 핼쑥해 보였다. 감기 기운에다 복통까지 겹쳐 이틀간 우동 한 그릇밖에 먹지 못했다고 아버지 위병욱(46)씨는 전했다. 우려와는 달리 출발이 좋았다. 첫 번째 홀인 10번 홀(파5.546야드)부터 4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팬들의 기대에 화답했다.

◆ 280야드 장타 쇼=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첫 홀부터 270야드를 넘는 드라이브샷이 펑펑 터져나왔다. 10번 홀 드라이브샷 거리는 274야드. 샷 거리만 놓고 본다면 함께 라운드한 김대섭(SK텔레콤)이나 테리 필카다리스(호주)에게 전혀 뒤지지 않았다. 김대섭은 "말로만 들었는데 직접 보니 샷 거리가 엄청나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필카다리스는 3언더파, 김대섭은 1언더파였다.

◆ 노련한 경기 운영=미셸 위는 10번째 홀인 1번 홀(파4.399야드)에서는 드라이버 대신 3번 우드로 티샷을 한 뒤 버디를 잡아냈다. 거리가 더 짧은 2번 홀(파4.353야드)에선 아예 5번 우드로 티샷을 했다. 샌드웨지로 어프로치를 한 뒤 2m 내리막 퍼트를 성공시켜 2홀 연속 버디를 기록했다. 17번 홀(파4.437야드)에선 워터 해저드에 공을 빠뜨려 벌타를 먹고도 보기로 막아냈다.

미셸 위는 "오늘 성적에 만족한다. 감기 기운이 있었지만 컨디션이 많이 좋아져서 다행이다. 갤러리가 많았지만 전혀 떨리지 않았다. 내일은 더 많은 갤러리가 찾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종도=정제원 기자 <newspoet@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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