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성 논란 M-FM 『60분 영어』 폐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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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편집권은 최고 책임자인 국장이 갖는다』,『편집권은 궁극적으로 제작에 관여한 모든 사람이 공유한다』 편집권의 귀속문제에 관한 격렬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MBC-FM의『FM 60분 영어』가 11월말로 폐지된다.
지난 81년부터 7년여 동안 방송돼 온 『FM 60분 영어』(매일 오전5∼6시)는 교재·강사진이 모두 수준이하인데다 교재를 제작·판매해 온 출판사의 월권행위가 큰 물의를 빚어왔다.
이에 따라 해당 FM부장과 PD들은 프로그램 개편 때마다 이 프로그램의 폐지를 강력히 건의했으나 번번이 묵살당해왔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교재는 시중에 나온 다른 영어교재에 비해 오자와 잘못된 표현이 눈에 띄게 많은데도 불구하고 매년 수정없이 재발행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인 2명을 포함한 6명의 강사 가운데 대학전임교수는 단1명에 불과한 형편이어서 전문적인 강의가 이루어질 수 없었다는 것.
게다가 MBC와 계약을 맺은 국제출판사가 교재판매 및 외국어학원 운영과정에서 마치 MBC직영인 것처럼 오인케 하는가하면 일부직원이 MBC직원을 사칭하는 등 MBC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켜왔다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교육방송프로그램은 교육적인 측면과 파급효과 등을 충분히 고려해 다른 음악프로그램과는 달리 치밀한 계획하에 실시돼야함에도 졸속으로 방송이 결정된 경위에 대해 상당한 의혹을 표시해왔다.
PD들은 무엇보다도 FM방송의 특성에 맞지 않는 영어교육프로그램이 매일 1시간씩 방송됨으로써 FM밴드의 전체적인 흐름에 이상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 프로그램의 존폐여부는 MBC대표와 노조대표가 참여하는 공정방송협의회의 정식 안건으로 채택됐으며 「편집권의 주체가 누구인가」에 대한 뜨거운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회사측은 편집권은 어디까지나 최고책임자인 국장에게 있는 만큼 특정 프로그램의 폐지를 요구하는 것은 편집권침해라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노조측은 최고책임이 담당국장에게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편집권은 궁극적으로 제작에 관여한 모든 사람이 공유하고 있다고 맞서 왔다.
결국 회사측이 프로그램을 폐지키로 공식 결정함으로써 이 문제는 일단락 됐으나 이번 일을 계기로 제기된 편집권 귀속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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