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칼도 칼 나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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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1일 서울시의 보사위와 노동위 국정감사장은 앞으로 국정감사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돼야 할지를 모두에게 일깨워 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한쪽은 피감측에 대한 인신공격과 손가락질·반말에 정회소동이 일고, 다른 쪽은 차분한 목소리로, 그러나 정연한 논리로 필요한 답변을 끌어냈다.
뿐만 아니라 과거의 추궁에 그치지 않고 미래의 방향제시까지 해 피감측을 감동시키기까지 했다.
소란 속의 정회 소동은 보사위 감사장에서 일어났다.
달동네 수돗물 사정을 따져 묻는 이철용 의원(평민)이 『추석 때 부자동네에는 물이 넘쳐나는데 달동네에는 왜 수돗물조차 끊어 버렸는가』고 김용래 시장을 다그쳤다.
이 의원은 이어 김 시장의 답변을 듣기도 전에 스스로 감정이 격해 손가락질을 해대며 『자가용 번호 판이나 바꿔 다는 주제에…』 『새마을성금이나 주무르던 썩어빠진 정신상태로 무슨 대답을 하겠는가』며 인신공격으로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
6일부터 이날까지 계속된 감사기간 중 표정의 변화 없이 죄인의 모습으로 일관해 오던 김 시장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배석한 시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이 순간 수긍과 반성의 기색보다는 적의가 일었다.
이에 반해 오후 5시부터 22일 새벽 1시까지 실시된 노동위 감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낮은 목소리로, 그러나 논리 정연하게 1문1답 식으로 진행됐다. 서울시가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행정의 구체적 사례를 들어가며 왜 법대로 행정을 집행하지 않았느냐고 따져 물었다.
결국 서울시로부터 『잘못된 점을 인정한다』 『국민 앞에 사과한다』는 답변을 끌어냈다.
감사를 끝낸 시청공무원들의 입에서도 『우리도 시원하다. 이런 감사는 얼마든지 받겠다』는 소각을 낳게 했다.
달동네와 노동자-. 고통받는 계층의 이익대변이라는 비슷한 주제를 놓고 벌인 두 국정감사는 역시 국정감사가 서야할 자리는 감정보다는 이성, 목소리의 크기보다는 내용, 과거보다는 미래라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주는 현장이었다. 이철호(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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