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질주…외다리 높이뛰기…|경이·감동의 인간승리 "활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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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서울 장애자올림픽 4일째>
한쪽 다리만으로 1백 94㎝를 뛰어넘는다. 한 다리와 한 팔만으로 4백m를 거뜬히 헤엄치고 두 팔을 잃은 채 어깨에 탁구채를 묶고 탁구경기를 한다.
팔다리가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뇌성마비 소년이 1백m를 11초 79에 내닫는다.
서울 장애자올림픽 개막 4일째, 잠실 올림픽 주 경기장을 비롯한 경기장마다 지구촌 장애자선수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인간승리 도약이 연일 경이와 감동의 드라마로 피어나고 있다.
정상인들의 무관심 속에서도 올림픽보다 오히려 더 진한 감동을 안기는 인간한계 극복의 도전과 승리에 경기장을 찾은 시민·동료 장애자들은 엄숙한 삶의 의미를 되새기며 한마음으로 갈채를 보낸다.
장애 선수들의 「인간승리」는 경기 첫날부터 잠실 올림픽 주 경기장 등 각 경기장에 몰려든 관중을 충격과 감동으로 사로잡았다.
16일 오후 1시15분 절단 및 기타장애 높이뛰기에 출전한 캐나다의 「아널드·볼트」선수는 오른쪽 다리가 없는 외다리에 의지, 어른 키를 훨씬 넘는 1m 94㎝를 훌쩍 뛰어넘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워 관중들의 환호성을 자아내게 했다.
이는 지난 서울올림픽에서 김희선 선수(25)가 세운 한국여자 최고기록 1m 92㎝보다 2㎝ 더 높은 기록.
또 잠실 수영장에서는 남자 4백m 자유형에 출전한 네덜란드의 「주프·스토겔」선수가 오른팔이 어깨부터 절단되고 왼쪽다리도 엉덩이 아랫부분부터 없는 장애를 딛고 불굴의 투지로 한 팔과 한 다리만으로 끝까지 헤엄쳐 관중들에게 강인한 인간정신에 대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남자 뇌성마비 8등급 1백m 결승에 나선 한국의 손훈 선수(19·대구 남양학교)도 17일 잠실 주 경기장에서 불구를 정신력으로 극복하는 투혼을 발휘, 정상인보다 앞서는 11초 79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내는 인간승리를 펼쳤다.
절단장애 남자 탁구단식에 출전한 「라이너·슈미트」선수는 두 팔 대신 길이 30㎝의 특수라켓을 왼쪽 어깨에 묶고 정상인과 다름없는 민첩한 손(?)놀림으로 상대방의 볼을 받아쳐 관중들을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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