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달라진 삼성 양준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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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삼성 양준혁(37)이 뭔가 달라졌다. 그런데 아무도 '뭐가 구체적으로 달라졌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양준혁을 상대한 다른 팀 투수들도 "타격 폼을 보면 달라진 것을 느끼지 못하겠다. 그런데 타격 밸런스가 몰라보게 좋아졌다"고 말한다.

2일 SK전에서 홈런 1개를 포함해 4타수 3안타를 때려내며 타율 0.375로 타격 1위에 오른 양준혁에게 물었다. "도대체 뭐가 달라졌는가?"

"무조건 열심히 한 게 아니고 생각을 많이 했어요. 지난 시즌 뭐가 문제였는지, 무엇을 개선하면 될 건지 말이죠."

그래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개선했냐'고 물었다.

양준혁은 "그건 말할 수 없다. 지난 시즌 너무 많이 당해서 말을 아끼고 싶다"고 말했다.

'말을 아끼고 싶다.' 양준혁의 솔직한 심정이다. 지난 시즌 데뷔 후 가장 나쁜 타율 0.261을 기록하면서 마음 고생이 심했다. 한 번 못했을 뿐인데 '이제 나이가 들었다', '베트 스피드가 몰라보게 떨어졌다', '완연한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등 들려오는 말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양준혁은 '프로에서 한번 삐끗하면 끝이구나'라고 생각했다. 무섭다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절박한 심정으로 2006시즌을 준비했다. 양준혁은 "뭐가 달라졌는지 말할 수 없다. 지난해 투수들에게 당한 걸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얼마나 연구를 하고 들어서는지, 아주 학(학질) 뗐다"고 말했다. 그래서 더욱 조심스럽다. 양준혁은 "언제나 좋을 수는 없는 일이다. 잘 나갈 때가 있으면 곧 떨어질 때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말을 아끼고 싶다는 의미였다.

한대화 삼성 수석 코치는 "임팩트가 좋아졌다. 지난 시즌에는 타고난 힘만으로 밀어붙이는 타격이었다면 올 시즌에는 맞는 순간 집중력이 몰라보게 향상됐다"며 "지난 시즌에는 베트 스피드가 얼마나 떨어졌는지 140km 볼도 따라가지 못했다. 올 시즌에는 대 놓고 친다"고 말했다.

양준혁은 자신이 쌓아 올린 공(功)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에 흠집을 내고 싶지도 않다. 나이가 들었으니 이만하면 됐다는 말을 듣고 싶지도 않다.

SK와의 경기에서 양준혁은 1회 말 2루타를 쳤다. 적시타였다. 그런데 3루 도루를 시도했다. 무모해 보였다. 그 도루에 대해 양준혁은 "투수의 투구폼이 컸다. 타이밍 상 충분히 투구폼을 뺏어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발이 느려서 아웃됐지만 타이밍은 분명 맞았다"고 말했다. 치열하다. 양준혁의 태도가 그렇다. 올 시즌에는 지난해처럼 하지 않겠다는, 수많은 견제에 자신이 놓여 있다는 인식이 분명했다.

대구=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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