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50% 반영' 문제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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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교육부가 50% 이상 내신반영을 강요한 것은 '고교 교실의 정상화'라는 명분에서다. 하지만 문제가 적지 않고 부작용도 예상된다. 대학들은 교육부 눈치를 보느라 내신을 50% 이상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실질 반영률은 그보다 훨씬 못 미칠 수도 있다.

2007학년도의 경우 실질반영률은 2.5%(중앙대 나군 전형)~16%(강원대 가.나 군 인문.자연계열) 정도에 불과하다. 현행 제도는 고교별 실력 차이를 전혀 무시하고 있다. 따라서 대학들은 응시자들의 내신 기본점수를 아주 높게 줘 사실상 내신의 변별력을 없애는 편법을 써왔다. 2008학년도에도 이런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대학이 실제로 50% 이상 내신을 반영할 경우에도 문제가 생긴다. 우수 대학의 경우 지원자들의 대부분이 내신 1등급이다. 그렇다면 내신을 제외한 나머지로 학생을 뽑아야 하는데 현행 제도로는 수능시험 역시 변별력이 거의 없다. 따라서 대학 자체로 실시하는 논술로 승부를 내야 할 판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이런 마당에 대학별 고사 비중을 자꾸 낮추라면 대체 뭘로 학생을 뽑아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고교 교실이 황폐화할 것이란 지적도 적지 않다. 옆자리 친구가 다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과목별 과외가 부활할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 김영일 교육컨설팅 대표는 "내신이 중요시될 경우 수능.논술로 만회할 수 있다는 '패자 부활' 기회가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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