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자율로 포장된 대입 내신 강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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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로써 대입 자율화는 더욱 위축됐고, 교육 현장의 혼란은 한층 가중되게 됐다. 이번 합의는 교육인적자원부와 대학교육협의회가 주도했다고 한다. 김진표 부총리는 올해 주요 대학들에 "2008년 대입에선 논술 비중을 낮추고, 내신 비중을 높여 달라"고 요구했다. 심지어 "말을 듣지 않으면 행.재정 제재를 하겠다"고 윽박질렀다. 그러다 "대학 자율 침해"라는 비판을 받자 대교협을 동원해 입학처장 모임과 합의문을 만들게 한 것이다. 대교협이 합의문을 만들어 입학처장들에게 제시했다고 한다.

과거 군사정권이 어용단체나 힘 약한 협회를 동원해 '자율'이란 형식으로 민간의 억지 합의를 만들던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러고도 김 부총리는 대학 자율화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

주요 7개 사립대들은 지난해 말 "2008년 대입에선 논술 비중을 높이고, 내신 비중을 낮추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내신.수능에서 등급제가 도입돼 변별력이 낮아지는 데 대한 보완책이었다. 그런데 불과 몇 달 만에 전형 방법이 완전히 달라짐에 따라 학생.교사.학부모들은 엄청난 혼란을 겪게 됐다.

대학들도 어떻게 우수학생을 뽑을지 고민이다. 내신 비중이 커지면 고교 간 학력차 문제가 더욱 불거질 것은 뻔하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앵무새처럼 '본고사.고교 등급화.기여 입학제'를 금지한 3불(不)정책만 외치면서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이러니 교육부 폐지론까지 나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