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대출보다 신용대출 이자 더 싸네 … 요즘 금리 거꾸로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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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은 조만간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금리를 현재 연 6% 초반대에서 5% 후반대로 낮출 계획이다. 하나.외환.기업은행 등은 전문직 종사자를 대상으로 연 5% 중반대의 신용대출(무담보)을 해주고 있다. 이는 대표적 주택 담보대출인 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론 금리(6.6~6.85%)보다도 유리한 조건이다. 은행들의 밀어내기 식 대출경쟁의 결과 담보대출보다 신용대출의 금리가 오히려 싼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신용대출 금리 계속 하락=개인 신용도만 좋다면 은행들은 담보가 없어도 금리를 팍팍 깎아 준다.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심해지면서 돈이 남아돌자 우량 직업군 종사자를 대상으로 연 5% 중반대의 신용대출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전문직을 상대로 한 대출의 경우 외환은행의 '예스 프로론', 하나은행의 닥터론, 기업은행의 전문직 파워론, 대구은행의 베스트전문직 무보증대출 등은 금리가 5%대다.

공무원.교사 등 안정된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저금리 신용대출 상품도 쏟아지고 있다. 외환은행은 우량기업 임직원, 공무원 및 정부투자기관 종사자,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상품인 리더스론(6.07%)을 팔고 있고, HSBC는 은행원을 대상으로 5000만원까지 8.41%에 대출해준다.

◆CD 금리와 따로 노는 주택 담보대출 금리=양도성예금증서(CD) 수익률이 29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시중은행의 주택 담보대출 금리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원래 주택 담보대출 금리는 CD 금리를 기계적으로 반영하도록 설계돼 있지만 은행이 경쟁적으로 CD 금리 상승분 이상을 할인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CD 금리는 지난해 9월 1일 연 3.51%에서 올 3월 말 현재 연 4.27%까지 0.76%포인트 올랐다. 하지만 이동안 주택 담보대출 취급 금리는 거의 안 올랐거나 일부 떨어진 곳도 있다. 결국 CD 금리가 올라간 만큼 지점장 전결 등 할인을 통해 은행들이 흡수한 것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최저 4.77%까지 대출이 가능한 상태며, 각 은행들은 우량고객에게 5% 초.중반대에 주택 담보대출을 해주고 있다.

◆과당경쟁은 지양해야=이처럼 과열로 흐르고 있는 최근의 은행권 경쟁에 대해 너무 지나치다는 얘기가 내부에서조차 나오고 있다. 이러다 과거 카드대출 부실과 같은 문제가 또다시 불거질지 모른다는 지적이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2일 열린 월례조회에서 신상훈 신한은행장과 강권석 기업은행장 등은 이구동성으로 과열경쟁 자제를 강조했다. 하지만 일선 은행 지점의 영업행태는 전혀 딴판이어서 은행장들의 말이 '구두선'에만 그치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장들이 말로는 과열 경쟁 자제를 얘기하면서 내부적으로 영업을 독려하는 모순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자칫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도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승자의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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