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인지 모르고 '답' 구하다니

중앙일보

입력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의 작가 루이스 캐럴은 옥스퍼드 대학의 수학 교수였다. 그가 쓴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는 학생들이 수학 문제를 풀면서 자주 범하는 실수를 잘 표현한 예가 있다. 이상한 나라에 간 엘리스는 길을 헤매다 양갈래 길을 만난다. 어느 길로 가야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나무에 앉아 있는 고양이를 발견하고 길을 묻는다.

앨리스: "내가 어디로 가야 하지?"
고양이: "어디로 가고 싶은데?"
앨리스: "그게 아니라 내가 어디로 가야 하냐고?"
고양이: "그럼 아무데로나 가."

앨리스의 질문은 어딘가 이상하다. 길 찾기에서 가장 중요한 목적지가 빠져있기 때문이다. 길을 찾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출발지와 목적지이다. 출발지와 목적지가 정확하게 정해져야만 그 다음에 어떻게 길을 갈지 경로가 정해지는 것이다. 수학문제 해결에도 이런 사고가 반드시 필요하다. 수학적 문제 해결의 핵심은 문제의 주어진 정보와 구하는 결과가 무엇인지를 구분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학생들이 수학문제를 풀 때 엘리스처럼 사고한다. 무엇을 구해야 하는지는 생각하지 않고 문제의 답만 구하려 한다. 무엇을 구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계산만 하고 있는 것이다.

간단한 계산문제야 그런 식으로 풀어도 답을 구할 수 있겠지만 응용문제나 문장제 문제에서는 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처음에 확실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문제 풀이를 시작하면 목표물 없는 어뢰처럼 목적지에 다가가지 못하고 이상한 곳을 헤맬 수밖에 없다.

학생들은 중간 풀이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두번째 문제이다. 일단 주어진 정보를 제대로 해석하고, 구하고자 하는 결과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알면, 어뢰가 목표를 찾아 괘도를 수정하면서 목표물을 쫒듯이 우리의 수학적 사고와 지식이 저절로 답을 향해 가게 된다.

이때 수학적 배경지식이 많은 학생은 답을 향해 최단거리나 단거리로 갈 것이고 배경 지식이 적은 학생은 시간을 좀 더 들이면서 조금은 돌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구하는 결과를 정확히 인식해야만 올바른 방향으로 풀이가 진행된다는 것을 명심하자. *김현 (서울대학교 수학교육과졸 /수학원 대치본원 고등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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