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 등 대형차 억제 에탄올 자동차 생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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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권이 기름값을 잡기 위해 머리를 싸맸다. 최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석유 문제와 관련, "미국이 (잠에서 깨어나라는) 모닝콜을 받고 있다"고 할 정도로 유가 폭등으로 인한 미 정계의 부담은 크다. 게다가 11월 중간 선거가 반년 앞으로 다가왔다. 이로 인해 수십 년 잠자던 각종 에너지 절약.개발 아이디어가 미 연방정부와 의회에서 적극 검토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최근의 유가 급상승으로 미 에너지 정책이 20년 만에 크게 선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자동차 연비 강화=미국에서 팔리는 승용차의 성능은 개선됐지만 연비 기준은 1990년 이래 제자리걸음이었다. 전 차종의 평균 연비가 갤런(3.79ℓ) 기준으로 27.5마일(약 44.26km)만 넘기면 됐다(리터 기준 11.68km). 기름값이 상대적으로 쌌기 때문에 연비 향상과 기름 절약에 무신경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유가 급등으로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 수뇌부들이 앞다퉈 연비 기준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는 게 WSJ의 보도다. 의원들은 GM과 포드 등에 기름을 많이 먹는 SUV나 미니밴을 비롯한 대형 차량의 생산을 자제하고 일반 승용차도 연비를 높이도록 요구하고 있다.

◆ 옥수수 에탄올, 전기 자동차 개발에 투자=브라질이 사탕수수로 에탄올 연료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면 미국은 주로 옥수수를 원료로 한 에탄올을 개발해 왔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옥수수 생산국으로 전 세계 교역의 62%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에탄올 생산에 이용되는 옥수수는 많지 않아 2005년 전체 생산량의 14.4%가 쓰였다. 휘발유보다 비쌌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가가 뛰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2월 부시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미국의 석유중독증을 고치겠다"며 대체에너지 개발을 주장했을 당시 에탄올은 갤런당 2.30달러로 휘발유보다 비쌌다.

하지만 현재 휘발유 소매가는 2.35달러까지 올라 에탄올이 경제성을 확보하게 됐다. 공화당 지도부는 여기에 주목, 앞으로 5년간 대체 에너지 개발에 11억 달러(약 1조원)를 투입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이와 함께 미 의회는 충전소가 필요 없이 일반 가정용 전기로 충전할 수 있는 플러그인(Plug-in) 전기 자동차의 개발을 촉구하고 있다. 의회는 여기에 연구비 18억 달러를 지원할 방침이다.

◆ 정유시설 확충=부시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석유값 인상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70년대 이래 정유시설을 짓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공급이 달려 기름값이 올랐다는 주장이다. 이런 시각에 동조하는 공화당 의원들은 지난해 정유시설 건설시 큰 폭의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법안을 제출했다. WSJ는 관계 전문가의 말을 인용, "이 법이 통과되면 정유회사는 건설비의 17%를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석유회사 제재=부시 행정부와 공화당은 거대 석유회사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음에도 여기에 손대는 데는 반대해왔다. 시장경제 원칙에 반한다는 논리에서였다. 그러나 최근 "보수적인 공화당 지도부들도 거대 석유회사들의 폭리 여부를 따지기 시작했다"는 게 WSJ의 보도다.

이 신문은 이어 "부시의 거듭된 반대 의사 천명에도 불구, 많은 공화당 의원이 석유회사들로부터 뭉칫돈을 거둬 에너지난 극복에 사용하자는 주장에도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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