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외고생 40여명 탈북 중학생에 '과외 봉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5면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올 정도로 의지가 강한 친구들이에요. 고등학생에게 배우는 게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데도 열심히 배우려는 태도를 오히려 본받고 있어요."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고 2학년 이모(17)양은 1일 이렇게 말했다. 이양은 3월 말부터 매월 두 차례 서울 양천구 금옥중에 가서 이 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탈북 청소년 20여 명에게 '특별 과외'를 한다. 같은 학교 친구 40여 명도 함께 참여한다. 이들은 전공 과목인 외국어뿐 아니라 국어.수학 등 주요 과목 등을 가르친다. 과외 수업이 끝나면 미리 준비한 도시락으로 탈북 청소년과 점심을 먹는다. 피구 등을 하며 같이 땀을 흘리기도 했다. 13일엔 피자 파티를 열고 조만간 방송국 견학 일정도 잡았다.

이양은 "처음에는 북한 출신이라 경계하고 어색했는데 말씨를 빼곤 다른 게 없었다"며 "가르치는 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서로 경계심을 풀고 벽을 허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모(16)양도 같은 봉사 멤버다. 그도 "우리와 같은 친구들이란 걸 알았다"며 "한두 살 차이가 나 편한 친구처럼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봉사활동 참여 학생들은 "탈북 학생들이 영어와 국민윤리 과목은 약하지만 북한에서 공부한 수학.과학 과목 등에선 상당한 실력을 지녔다"고 말한다. 일부 탈북 학생은 중국어에도 능통하다고 한다. 특히 북한에서 줄곧 전교 1등을 했던 L군은 배우려는 의지가 강해 외고 학생들에게 오히려 깊은 인상을 주고 있다고 했다.

이화외고 학부모인 유모(45)씨는 "아이들이 탈북 학생들의 공부를 도와주겠다는 생각이 강하다"며 "탈북 학생도 수업에 임하는 태도가 진지하다"고 전했다.

다른 학부모 김모(45)씨는 "일부 언어에 능통한 탈북 청소년들은 장래 외교관이 되는 게 꿈"이라며 "(가르치는 입장인) 이화외고생 중에도 졸업 후 외교무대 진출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아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도 했다.

고정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